우리나라의 밥상은 밥과 국 그리고 반찬으로 구성되는데 밥과 국 한 가지는 기본적으로 갖춘다. 국에는 콩나물국, 뭇국, 미역국, 시금치·아욱·배추·시래기 등을 넣은 된장국 그리고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이 있고, 쇠고기의 양지머리나 사태를 넣고 끓인 고깃국이나 곰탕, 설렁탕, 육개장 등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단체 급식이었던 장국밥우리나라 사람은 탕민족이라고 불릴 만큼 국에다 밥을 말아먹는 것을 좋아한다. 국에다 밥을 만 음식을 탕반(湯飯) 또는 장국밥이라 하며, 특별히 다른 찬을 갖추지 않아도 깍두기나 김치 한 가지만 있으면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장국밥의 탕은 대개 고기로 끓인 설렁탕, 가리탕, 곰탕, 육개장 등이다.
장국밥은 1800년대 말의 『시의전서』와 『규곤요람』에 나오며, 궁중 의궤에 잔치나 행사 때 군인이나 악공, 여령들이 먹었다는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규곤요람』의 장국밥은 “국수 대신 밥을 만 것으로, 기름진 고기를 장에 조려서 그 장물을 밥 위에 붓는다”고 하였다. 장국밥은 그 유용함으로 보아 훨씬 이전부터 있었으나 너무 일반적인 음식이라 굳이 음식책에서 설명할 필요가 없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개화기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자연히 외식이나 단체 급식용 또는 손쉬운 일품요리가 필요해졌다. 전통 음식점으로 상밥집(床食家(상식가))이 있기는 하였으나 보다 간단한 장국밥집이 많이 생겨났다. 조선조 풍속화 중 주막이나 장터에서는 으레 주모가 큰 가마솥을 걸어 놓고 국밥을 떠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국밥은 예부터 전쟁터나 노역장, 행사 때에 많은 사람에게 간편하게 급식할 수 있는 식단이었다.
탕반가(湯飯家)의 출입구에는 둥근 종이통에 하얀 종이 술을 붙여서 장대 끝에 매달아 놓아 음식점임을 알렸다고 한다. ‘무교탕반’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어 헌종(1834~1849년)도 사복을 입고 먹으러 다녔다고 한다. 서울에서 가장 고급 대중음식점이었기 때문에 조정의 양반들이 종에게 사방등(四方燈)을 들려서 이 탕반집에 드나들었다. 사방등을 들린 대감이 오면 뒤채로 따로 모시거나 일반 손님과 합석하게 될 때는 상민은 먹다 말고 자리를 피했다가 대감이 가고 나면 다시 들어와서 먹었다고도 한다.
문인 박종화는 ‘무교탕반’에 대하여 “양보국밥집이 있었는데 양보는 갑오경장 전후의 사람이었다. 이 집의 장국밥은 양지머리만을 삶아 맛이 좋은데 젖퉁이고기를 넣어 주고, 갖가지 양념으로 고명한 산적을 뜨끈뜨끈하게 구워서 넣어 주어 유통과 산적이 잘 어울려서 천하진미였다”고 칭찬하였다. ‘무교탕반’ 외에 수표다리 건너편의 ‘수교탕반집’과 ‘백목탕반집’도 유명하였다. 이 두 탕반집에 드나드는 손님은 계층이 전혀 달랐다고 한다. ‘수교탕반집’은 품계가 있는 벼슬아치가 많고, ‘백목탕반집’은 돈 많은 상인이나 오입쟁이가 단골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장국집이 거의 없어지고 곰탕이나 설렁탕이 탕반의 주류를 이룬다. 장국밥 중에 특이한 향토 음식이 하나 있는데 함경도의 가리국이 그것으로 본고장 사람들도 가루국이라 부르기도 하는 더운 장국밥이다. 함경도 하면 회냉면이 유명하지만 사실은 냉면집보다 가리국을 전문으로 파는 집이 훨씬 먼저 있었다고 한다. 필자가 1970년경 향토 음식을 조사할 무렵 ‘명동칼국수’ 뒷골목에 함경도에서 내려온 할머니가 가리국밥을 팔고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가리국 만드는 법을 보면, 소의 사골과 석기살을 삶아서 푹 끓이면서 위에 뜨는 기름을 말끔히 걷어 낸다. 커다란 사기 대접에 밥을 담고 위에 삶은 고기를 결대로 찢어 얹고, 삶은 선지도 큼직하게 썰어 얹고, 두부 한 모를 통째로 장국에 넣어 따끈하게 데운 것과 연한 쇠볼깃살로 만든 육회를 얹고 뜨거운 장국을 부어 낸다. 제대로 먹으려면 먼저 국물을 죽 들이마시고 매운 다대기를 넣어 비빔밥처럼 비벼서 먹는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다시 그릇에 더운 장국을 부어 마신다. 선지를 삶을 때 끓는 물에 넣으면 구멍이 숭숭 나므로 낮은 불에서 서서히 삶아 물에 담가 두었다가 쓴다. 가리는 갈비를 말하지만 갈비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원래는 갈비를 넣고 끓였는데 차차 쇠갈비만이 아니라 사골과 갈비 밑에 붙은 석기살을 쓰게 되었다고도 한다. 조리법특별히 다른 찬을 갖추지 않아도 깍두기나 김치 한 가지만으로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탕반(湯飯). 장국밥 재료(6인분) 양지머리 400g, 무 200g, 밥 6공기, 물 20컵(4리터), 고사리 200g, 도라지 200g, 콩나물 200g, 후춧가루·깨소금·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 각 적량 (가) 소금 1작은술,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 1작은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나) 간장(진간장)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다) 소금 1작은술,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 2작은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양지머리를 덩어리째 찬물에 씻어서 펄펄 끓는 물에 무와 함께 끓인다. 2. 무가 무르게 익으면 먼저 꺼내서 나박썰기로 하고, 고기는 더 무르게 고아서 건져 얇게 저며 썰어 (가)의 양념으로 무친다. 3. 고사리는 (나)의 양념장으로 무쳐서 볶고, 도라지는 소금으로 주물러서 (다)의 양념 반 분량으로 무쳐서 볶고, 콩나물은 소금을 넣고 삶아서 (다)의 남은 양념으로 무친다. 4.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으로 장국 간을 맞추고 양념한 고기와 무를 다시 넣어 한소끔 끓인 다음 뚝배기에 더운 밥을 담고 더운 장국을 붓고 나물을 고루 얹는다. 기호에 따라 파, 깨소금, 고춧가루 등을 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