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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 ||||||||
<리뷰 톡>동화적 상상력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2차대전의 비극 북기 | 2020.02.03 | 조회 287 | 추천 1 댓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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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패색이 짙어가던 2차 세계대전 말기, 엄마 로지(스칼릿 조핸슨)와 단둘이 사는 10세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히틀러를 절대적으로 믿는 꼬마 나치주의자다. 그는 멋진 영웅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나치 소년단에 들어가지만 토끼의 목을 비틀어 죽이지 못해 ‘조조 래빗(겁쟁이 토끼)’이라고 놀림 받는다. 게다가 수류탄 폭발 사고로 크게 다치면서 꿈도 접는다. 집으로 돌아온 그에게 이제 유일한 위안은 상상 속의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뿐이다. 어느 날, 조조는 우연히 집의 벽 속에 숨어있던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매켄지)를 발견하고 고민에 빠진다. 유대인은 머리에 뿔달린 야만족이라고 배웠는데 이를 어쩌나, 엘사를 나치에 고발해야 하나? 하지만 차마 토끼의 목도 비틀지 못한 조조가 그럴 리 없다. 극단적인 세뇌(洗腦) 교육을 받았을지 몰라도 그건 어른들의 문제일 뿐 그도 결국엔 천진난만한 소년이다. 엘사와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되면서 조조는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난다. 상상 속의 히틀러가 등장할 때부터 영화는 심각함과는 거리를 둔다. 끔찍한 전쟁과 학살의 한복판에 있지만 애초부터 피비린내와는 상관없다. 순수한 아이들에게 나치즘은 그저 애국의 방식이고, 히틀러는 아이돌 스타다. 이 지점에서 히틀러를 직접 연기하면서 연출까지 맡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영리한 연출력이 드러난다. ‘어벤져스’ 시리즈 중 하나인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히어로 무비의 전형성을 깬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다. 전쟁의 잔혹성을 다루면서도 전혀 끔찍하지 않다. 풍자와 코미디, 동화적 상상력이 오히려 유머러스하고 유쾌하다. 그러나 코미디로만 끝났다면 섭섭했을 것이다. 관객들이 조조의 순수한 시선을 받아들이고 미소 지을 즈음, 가장 은밀하면서도 강렬한 방식으로 충격을 던진다. 잊고 있었다. 전쟁은 그토록 참혹한 비극이란 것을. 조조 역의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캐릭터와 완전히 포개진 모습을 보여준다. 제77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아역배우상을 받았다. 스칼릿 조핸슨은 연기에 물이 올랐다고 표현할밖에 도리가 없다. 마블 영화의 주인공에 머물지 않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이 영화와 ‘결혼이야기’로 오는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다. ‘기생충’과 경쟁한다. 5일 개봉, 12세 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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