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바보시인!
너,
왜 태어났느냐!
이
어렵고
힘들고
험한 세상에 말이다
말 해 보거라
너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렇다!
그렇단다!
태어남은
너의 의지가 아니었단다
그러니
너의 삶은 덤인 셈이다
그렇잖니?
그러니
삶이,
어렵고
힘들고
눈물을 요구하더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아파하지 말거라
어차피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삶
부딪히는 모든 것,
인간과 바람과 시간에 대해,
기쁨과 슬픔과 그리움에 대해서도
따지거나 외면도 하지 말거라
세상의 모든 것은
단 한 가지도
너의 것이 없으니,
결코
탐하거나 소유하려
애를 쓰지도 말거라
이 우주의 모든 것들을,
너의 이름조차도
다만
기억하거라
너는
아담과 이브의 자손, 단군의 자손,
너의 이웃은 이미 너의 핏줄일 터
그러니
세상의 모든 아픔에 대해서는
결코
외면하지 말거라
그리고
부모님이 네게 주신
몸과 재능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너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온 노력을 다하여
남을 위해 살거라
자연에 대해
인간에 대해
감사할 줄 알거라
고통도
기쁨과 슬픔도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너를 위해 존재한다
그래도
너의 것은
오직
덤인 삶이다
그러니
그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거라
태어남도
삶도
죽음도
너의 권리도
너의 의무도 아닐 터
그러니
구름처럼 머물다
바람처럼 가거라.
* * * * * * * * * * * *
임래호 시집
<소금꽃 바람꽃>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