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북한 화법에 대한 남한의 인식은 편향적이다. 우리가 접하는 북한 화법은 대체로 북한 언론에 의해 '주체사상적'으로 무장된 것들이고 이 가운데 다시 남한 언론에 의해 선별된 것들이다. 남한 화법과의 차이가 극적으로 부각된 것들로서 주체사상적인 화법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것이 북한 화법의 전부인 양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북한의 화법은 남한의 텔레비전에서 말의 내용은 물론 화법 그 자체로 코메디로 다루어졌다.
남북한 화법의 차이는 분단 50년이란 세월이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분단 이후 남한 화법이 언중들의 언어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시간적 변화의 소산이라면, 북한 화법에는 주체사상에 의한 목적 의식적인 작위의 요소가 깔려 있다. 그러나 북한의 화법에 존재하는 이런 목적 의식적인 작위의 결과가 북한 화법의 전부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화법은 어찌되었든 과거의 유산을 계승적으로 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 말 생활은 분단 이전부터 존재해 온 방언의 시대적 소산이라는 자연적 요소와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인위적 요소라는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전개되고 있다.
방송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생경한 어휘와 이상한 억양과 부자연스러운 표정의 선전 선동 화법이나, 유치원생들과 같은 어린 아이들의 규격적인 몸짓 등은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인위적 요소들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중장년층들의 일상 화법은 남한과 거의 비슷하거나 분단 이전의 북한 사투리 정도로 그 차이가 인식된다. 이것은 자연적 요소들이다.
1.1.2.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이 일차적으로 느끼는 이질감은 화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화법의 차이는 곧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의 생활 양식의 차이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북한 화법의 차이가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 일차적인 이질감을 조성하며, 남북한 화법의 차이는 삶의 방식의 차이로 확대 인식될 수 있다.
그래서 코메디물로 소개된 북한 화법은 한순간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이것이 통일이나 전쟁과 연관되면 섬뜩함을 자아내는 바탕이 된다. 분단 전의 북한 사투리가 드라마에 등장하면 향수를 자아내지만, 어색한 표정, 딱딱한 몸자세와 제스처, 이질적인 억양을 동반한 '북한 말'이 등장하면 북한 사투리와는 전혀 다른 이질감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북한 사람들에 대한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저항감은 통일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상을 조장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