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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과학으로 속담 뒤집기
여전사 | 2011.12.10 | 조회 9,515 | 추천 49 댓글 1
속담은 얼마만큼 과학적일까.

시대에 따라 속담도 변해야 된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보니

장난 삼아 속담도 이리저리 바꾸어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모든 속담이 시대의 흐름에 맞춤질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속담 속에 과학적이고도 논리적인 근거만 확실하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네 속담은 과연 얼마만큼 과학적인 뿌리를 차고앉은 것일까.



' 통째 먹는 놈은 맛도 모른다 ' 는,

거칠게 또는 대충하는 사람은 그 일의 참뜻이나 내용을 모른다는 뜻.

흔히 사람들은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씹어 잘게 부순다.

이것은 일정한 형체를 지닌 음식물을 분쇄해

소화효소가 작용할 수 있는 표면적을 넓히고 삼키기 쉬운 형태로 만들기 위한 조언이다.



잘 씹을수록 소화효소의 작용 표면적도 넓어져서 소화가 잘된다.

여기에 혀와 침이 가세하는데,

혀는 입안에서 음식물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잘게 씹힌 음식물들을 목구멍 아래로 밀어내는 구실을 하고,

침은 소화효소를 내뿜어서 음식물을 분해함과 동시에 맛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밥을 오래 씹으면 단맛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잘게 부수어 씹을수록 맛을 잘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통째 먹는 놈은 맛을 모를 수밖에 없는 것' 이다.



' 치질 앓는 고양이 모양 ' 이란 속담은,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렇다면 고양이도 치질을 않는다는 말인가.

우리의 상식에 따르면 '치질은 인간에게만 있는 독특한 병' 이다.



치질이 유독 인간에만 발생하는 것은,

인간이 거의 유일한 직립동물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앉거나 서서 보낸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다.

거기다 스트레스나 자극적인 음식으로 인한 변비, 설사는 인간의 치질을 부채질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속담이 생기게 됐을까.

항문의 혈관이 울혈되거나 불필요한 조직이 늘어나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심한 치질을 앓게 되면,

대개 통증이 엄청나서 제대로 걷지 못하고 앉을 때도 엉거주춤하게 앉게 된다.

아마도 구석진 자리만 찾아 쭈그리고 앉아 있는 고양이의 자세가 흡사 치질을 않는 환자처럼

처량하고 불쌍해 보인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만들어낸 속담이 아닐까 싶다.



' 가랑니가 더 문다 ' 는 속담은,

보기에는 작고 하찮은 것이 도리어 더 큰 괴로움을 준다는 뜻이다.

가랑니란 막 잇몸을 뚫고 나온 이,

이 속담의 근거는 물리학적으로 같은 힘을 주어도 표면적이 좁으면 면적당 압력이 더 세어진다는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들이 자신에게 이가 있다는 것을 알리 만무하다.

평소 잇몸으로 젖을 빨던 힘으로 뾰족한 이를 이용해 엄마 젖을 빨게 되면 엄마가 어마어마한 아픔을 느끼게 되는데

가랑니가 더 문다는 속담은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라 한다.



' 복(伏)날 개 패듯 ' 이란 속담은

복날 전통적으로 개를 요리하기 위해 몽둥이로 때려잡는 풍습 때문에 '죽도록 때린다' 는 뜻으로 써왔다.

'섣달 그믐날 흰떡 맞듯' 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삼복은 일년중 가장 더운 시기다.

이때 개를 때려잡는 풍습은 그래야 육질이 연하고 맛있다는 속설 때문,

육질과 찜질은 과학적으로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다 ' 는 속담도 있다.

물도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모이지 않듯이 사람도 너무 청렴하게 굴면 재물이 따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뇌물이나 촌지를 꼿꼿이 거절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거나 비꼬는 의미로 써왔던 이 말은,

그러나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다.

바닥에 깔려있는 자갈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은 얼핏 보면 물고기가 살지 않는 것 같지만

수많은 민물고기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듣기 싫은 소리의 대명사로 요즘도 자주 쓰이는 속담 ' 돼지 멱따는 소리 ' 가 있다.

심한 음치거나 가끔씩 바람 빠지는 목소리를 내는 이 라면 한번쯤 이런 야유를 들어 본 경험이 있을 터,

하지만 이 소리도 따지고 보면,

세계적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한창 목청을 돋을 때의 음도나 강도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테너의 평균 음도 1백 35hz 정도.

하지만 목소리를 뽐내기 위해 고음으로 올리면 5백hz 이상을 나타내며 소리의 강도도 약 1백db 정도까지 오르기도 한다.

돼지가 꽥꽥거리며 멱을 따는 소리를 낼 때 주성분이 되는 소리의 음도와 강도가 바로 이 정도.

음의 분석 차원에서 보면 둘 사이에 큰 차이를 발견하기란 어려운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강도와 음도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둘의 소리가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테너의 소리가 적당한 주파수로 통일돼 나타나며 강약의 조화가 절묘하게 이뤄지는데 반해,

돼지는 음정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 가운데 소리만 지나치게 큰 까닭이다.



한편 ' 짝잃은 원앙 ' 이라는 속담은, 쓸데없고 보람없게 된 사람의 처지를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 구슬 없는 용 ', ' 날개 없는 봉황 '. ' 줄 없는 거문고 ' 등이 있다.

 

어쨌든 원앙은 옛부터 부부금슬의 표본이었다.

물위를 나란히 떠다니는 원앙의 모습을 보면 서로 싸운다거나 떨어져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쌍의 원앙 가운데 한 마리가 죽으면 끝내 나머지도 죽음의 길로 갈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런 원앙은 알고 보면 더할 나위 없는 바람둥이다.

산란기가 되면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수컷은

자갈색 앞가슴과 오렌지색의 부채형 날개를 돋우며 암컷을 한껏 유혹하는데

보통 한 마리 암컷에 열 마리 안팎의 수컷이 몰려오고 암컷은 이중 한 수컷에 낙점을 찍는다.

이런 짝짓기는 매년 원앙이 사는 내륙의 물가나 숲속의 연못에서 일어나는 일,

그렇게 금실이 좋아 보이는 원앙도 수시로 체인징 파트너를 하는 것이다.



또 짝을 찾은 후에도 암컷이 알을 낳고 나면 수컷은 곧 암컷을 떠난다고 하는데

이때는 '바람기'때문이라기 보다는,

워낙 화려한 자신의 치장 탓에 암컷과 같이 있다간 알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부성(父性)'의 발로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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