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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 ||||||||
(등산장비)야영생활의 다용도 깔판 빙글빙글 | 2011.09.08 | 조회 14,627 | 추천 0 댓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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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반 이전에 산행을 시작한 이라면 젖은 매트리스와 있으나마나할 정도로 냉기 차단력이 전무한 매트리스에 대한 기억을 한번쯤 갖고 있을 것이다. 요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일명 ‘빨래판 매트리스’와 비교해 생각하면 깔개로서의 필요한 성능이 훨씬 못 미치고 매트리스라기보다 차라리 한겹의 스펀지에 불과했다. 그나마 좀 좋다는 것이 스펀지를 겨우 천으로 한 겹 싼 것이었는데 습기를 그대로 통과시켜 동계 야영시 텐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잠을 설치곤 한 것은 매 한가지였다. 이런 매트리스를 때론 선후배간에 대를 이어 물려쓰기도 한 시절이 있었다. 으레 산악회에서는 손때 묻은 장비를 주고받는 것으로 선후배간의 정을 나누는 징표로 여기는 습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께도 겨우 5밀리미터 정도인 것이 납작해지고 해지고 더러는 불똥이 튀어 구멍이 생길 때까지 사용했던 것이다. 야영시에는 침낭 밑 깔개로, 짐 정리를 할 때는 장비를 풀어놓는 받침대로, 운행 도중 휴식 때는 방석 대용으로, 식사 때는 식탁으로, 취사 때는 때론 바람막이로도 그야말로 매트리스의 용도는 무궁무진했다. 그러나 이 모든 용도 가운데 매트리스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은 취침시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차단시키는 역할이다. 찌는 여름일지라도 산에서 야영하면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와 눅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사계절을 막론하고 매트리스는 야영시 필수 장비다. ‘빨래판’ 구조가 가져온 기능의 혁신 냉기를 차단시키는 매트리스의 기능은 미국 캐스케이드 디자인사가 산봉우리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능선의 모양을 본떠 이름 붙인 ‘리지 레스트(ridge rest)’를 개발 시판함으로써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국내 업체에서도 이를 본떠 일명 ‘빨래판’‘골판’형의 스펀지매트리스를 생산 공급하기 시작했던 것.
평평한 매트리스의 성능에 비해 일취월장한 이 빨래판형 스펀지매트리스가 지닌 우수한 성능의 열쇠는 바로 빨래판 모양의 ‘골’ 구조에 있다. 올록볼록 골진 매트리스 위에 침낭을 깔았을 때 생기게 되는 빈공간에 정체된 공기층이 형성됨으로써 차가운 공기의 흐름이 정지되고 따뜻한 공기가 움직이지 못하게 됨으로써 보온과 냉기 차단 효과를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원리다. 그러나 이 빨래판형 매트리스보다 냉기 차단효과가 몇배 뛰어난 것이 에어매트리스라는 게 사용해본 이들의 얘기다. 매트리스를 펼치면 밸브를 통해 저절로 공기가 주입되는 식으로 일정량 공기가 찬 후 밸브를 잠그면 간단히 설치가 끝난다. 빨래판 매트리스가 차갑고 따뜻한 공기를 부분적으로 정체시켜 냉기를 차단하는 원리인 반면 에어매트리스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공기층을 둠으로써 냉기의 차단 효과는 훨씬 높다는 것. 그러면 당연히 에어매트리스를 선호해야 할 것인데 빨래판형 매트리스가 보다 대중화된 것은 전적으로 가격과 실용성 때문이다. 대개의 빨래판형 매트리스가 1만5천원∼2만5천원대인 반면 에어매트리스는 작게는 10만원에서 24만원까지 호가한다. 매트리스가 날카로운 바위면에 깔고 앉아야 하고 취사기구 등 열기구에 훼손되기도 쉬울 정도로 마구 쓰는 장비임을 생각하면 가격 싼 빨래판형 매트리스가 부담이 적은 편. 그러나 산에 가고 싶은데 추위에 약한 것이 가장 큰 고민인 사람이라면 에어매트리스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매트리스 자체의 무게를 보면 에어매트리스가 ‘빨래판’형 매트리스에 비해 6배쯤 무거운 편인데 이는 매트리스에 사용된 스펀지가 지닌 발포 구조와 연관있다. 빨래판 매트리스에 사용되는 스펀지의 원 소재는 플라스틱 재질의 폴리에틸렌.
폴리에틸렌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주입시키고 또 사람의 체중에 눌리지 않도록 폴리에틸렌에 약품처리해 고분자 가공처리한 것이 매트리스의 주소재인 ‘발포 스펀지’다. 발포 스펀지에는 발포 구조가 열린 것(open cell)과 닫힌 것(closed cell)이 있다. 발포 구조가 열린 것은 물을 흡수해 단열 효과를 떨어뜨리므로 스펀지 자체가 그대로 매트리스인 빨래판 매트리스 소재로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이 빨래판 매트리스는 아주 가볍고 방수가 되며 미끄럽지 않은 것이 최대장점인데, 흠이라면 부피가 커 휴대하기가 번거롭고 열에 약하니 담뱃불이나 불똥 등에 조심해야 하는 점이다. 반면 에어매트리스가 빨래판형에 비해 무거운 것은 스펀지를 감싼 겉감 무게 때문. 에어매트리스는 스펀지를 우레탄으로 코팅된 질긴 감으로 감싸고 그 속에 공기가 주입토록 돼있는 구조다. 공기를 많이 함유하기 위해서는 자연 발포 구조가 열린 것이라야 한다. 길이를 조절하는 매트리스도 선보여 대개 에어매트리스가 쉽게 구멍이 나 영영 못쓰게 될 것을 우려하지만 겉감이 폴리우레탄 고무재질과 나일론 섬유를 혼용해 만들어 생각보다 질긴 편이다. 캐스케이드사 제품의 경우 에어매트리스는 침낭과 닿는 위쪽 천은 우레탄 가공이 된 폴리에스테르로 잘 미끄러지지 않으며, 바닥 쪽은 먼지나 습기가 잘 묻지 않는 옥스퍼드를 사용하고 있다.
등산장비점에 판매중인 매트리스는 대개 두가지. 길이가 웬만한 남자 키 전체를 받쳐줄 수 있는 180센티미터와 발끝에서 등까지만 받쳐주는 130센티미터 정도의 제품이다. 짧은 것은 춘하추계 산행 때, 긴 것은 동계 산행 때 권할 만하다. 반면 매트리스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지(Z) 레스트’가 그것인데 이는 병풍을 접듯 매트리스를 일정 간격으로 접히는 모양이 ‘Z’자를 닮아서 붙여진 것. 휴식을 취할 때는 세번을 접어 짧게 만들어 쓸 수 있고 어린아이가 사용할 때는 반으로 접어 작은 키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일반 빨래판 매트리스가 둘둘 말아서 보관하는 것과 달리 지 레스트는 접을 수 있어 쓰기가 편리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엠보싱 골 구조를 지닌 지 레스트는 얇아 부피가 작긴 하지만, 냉기 차단 효과는 일반 빨래판 매트리스가 더 우수하다는 평이다. 공기를 넣었다 뺐다 반복하는 에어매트리스를 보관할 때는 가능한 공기 흡입구를 열어놓고 펴서 보관하는 것이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에어매트리스는 오래 사용하다보면 자동 공기 흡입성능이 떨어지기 쉬운데 특히 내부에 습기가 차게 되면 스펀지가 젖어 조직이 눌려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 쉽기 때문이다. 텐트를 설치할 때 은박 매트리스나 비닐 등을 활용하면 더욱 따뜻한 잠자리가 될 수 있다. 땅바닥에 은박 매트리스나 비닐포 위에 텐트를 치고 다시 자신의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침낭을 펴서 잠자리에 들면 세겹의 단열 효과를 가져와 한결 따뜻하다. 겨울 산행에서야말로 좋은 등산장비 하나보다 오래된 산행경험에서 비롯된 지혜가 때로는 훨씬 따뜻하고 즐거운 산행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정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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