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알람 소리 대신, 고소한 토스트 냄새와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면 어떨까요? 프랑스에서 제작된 ‘Sensorwake’는 향기로 잠을 깨워주는 알람 시계입니다. 시계에 향기 캡슐을 집어넣으면, 정해진 시간에 그 향기가 퍼져나오는 거죠. 이렇게 아침잠을 깨워주는 달콤한 향기 외에도, 우리는 수많은 냄새와 마주하며 하루를 살아가는데요. 오늘은, 후각과 관련된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아요!

인간은 어떤 과정을 거쳐 냄새를 맡게 되는 걸까요? 콧속 점막에는 냄새를 식별하는 후각 세포가 분포된 곳이 있습니다. 공기 중에 돌아다니는 화학물질이 이곳 후각 세포에 안착하면, 후각 수용기와 결합하게 되는데요. 이때 수용기에 붙은 냄새 분자들의 정보가 전기 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되는 것입니다.

후각은 인간의 기억이나 감정과도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어요. 여러분은 혹시 비 오는 날 퍼지는 특유의 향기를 맡으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여기, 이러한 비 냄새에 대해 연구한 호주의 과학자들이 있다고 해요. 바로 이사벨 베어(Isabel Bear)와 리처드 토마스(Richard Thomas)입니다. 이들은 비 냄새를 ‘신이 흘린 피’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 ‘페트리코(petrichor)’라고 이름 지었어요.

바위나 흙 사이의 작은 틈을 ‘공극’이라고 하는데, 베어와 토마스는 비 냄새가 공극에 있는 ‘기름’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유기물에 의한 기름이 공극에 모여 있다가 빗물에 섞여서 공기 중으로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비가 가진 독특한 냄새의 정체라고 설명했어요.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후각에는 특별한 기능이 있을까요? 우리는 흔히 개나 비둘기가 후각을 통해 위치를 파악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UC 버클리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사람 또한 냄새를 공간정보로 바꿔 인식하는 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우리가 익숙한 장소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찾아갈 수 있는 것도 바로 후각이 꽤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또한, 인간은 냄새만으로 유전자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땀에 젖은 티셔츠 실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스위스의 동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트(Claus Wedekind)는 총 44명의 남성에게 이틀간 샤워를 하지 않은 채,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도록 당부했습니다. 이후 총 49명의 여성에게 티셔츠의 냄새를 평가하도록 했죠. 

생각만으로도 퀴퀴한 냄새가 날 것 같은 이 티셔츠를 여성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실험 결과 그들은 재미있게도, 자신들의 특정 유전자와 큰 차이를 가진 남성의 티셔츠 냄새를 선호했습니다. 이는 면역반응을 가진 ‘MHC 유전자’가 서로 다를수록 상대에게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후각을 통해 자신과 다른 유전자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실험을 진행한 클라우스는 이에 대해, 기형아 출산의 가장 큰 원인인 근친상간을 방지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건강한 자손을 낳기 위해 후각의 능력을 발달시킨 것이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후각은 정말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향기 분자는 우리의 코끝을 살며시 스쳐 지나가고 있을 텐데요. 

오늘만큼은 그 작은 향기에 조금 더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