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보다 예·적금 금리 경쟁력이 높은 저축은행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에서 저축은행 상품은 이미 인기 운용처가 됐고 서민들의 목돈 마련 통로로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과거 일련의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따른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는 분위기다.
12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모바일 채널인 사이다뱅크에서 선착순 5000명 한정으로 판매한 연 10% 금리를 주는 정기적금이 2시간 만에 동났다. 선착순을 놓칠세라 모바일에 익숙한 20~30대 중심으로 상품 오픈 전부터 접속자가 폭주했다. 대략 4~5만명 가량이 상품 가입에 몰렸지만 한정 수량 탓에 상당수는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통상 한정 특판 상품을 출시하고 반응이 좋을 경우 후속 상품을 내놓는 저축은행 특성상 SBI저축은행에서 또 한 번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우선 이런 기세를 몰아 저축은행 업계에 최초 디지털뱅크(웰뱅)를 선보인 웰컴저축은행이 이달 말부터 맞불을 놓는다. 가입기간 12개월에 월 불입금은 최대 30만원까지 넣을 수 있는 정기적금 상품이 그것. SBI저축은행 대비 가입금액을 3배 늘릴 게 눈에 띈다. 금리는 최소 연 5% 이상으로 알려졌다. 웰컴저축은행은 취약계층에게 연 5% 정기적금을 판매하고 있으나 일반 대상으로 기획하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정기예금 금리도 올라가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은 지난달 비대면 채널의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금리를 0.45%p 인상했다. JT친애저축은행에 정기예금을 가입하면 연 2.65%까지 금리를 챙길 수 있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보다도 최대 0.97%p 높은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1%p 이상 더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저축은행발 돌풍이 이미 시작됐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하자 안정적으로 고금리를 약속하는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은 출시 6개월 만에 신규 실적 5000억원을 돌파했다. 금리는 2% 중후반대다. 이는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초반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0.5%~ 0.7%p 높은 수준이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에 5000억원 이상이 들어왔다. OK저축은행 특히 '특별중도해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상품 가입자가 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중도 해지하더라도 가입 시점의 금리를 그대로 적용해 이자를 제공해 '파격'이라는 평가다.
저금리가 지속하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예금자보호 한도 순초과 예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원 순초과 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조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잔액은 2017년 12월말 5조4000억원에서 2018년 3월말과 6월말 각각 5조7000억원, 6조원, 이어 9월말 6조5000억원을 기록해 증가세에 있다.
저축은행의 경영상황 호전되면서 예금자의 신뢰도가 상승한 점이 발길을 옮기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실제 79개 저축은행은 2017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서고 대표 재무건전성 지표인 BIS비율도 개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