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김정은 발사 참관’ 보도 / 과거와 달리 발사대 등 안 가려 / 기술적 검증 무기 완성 자신감 / 기존보다 발사관·포탄 더 커져 / 北 주장 맞다면 네 번째 신무기 / 트럼프와 “미사일 안 쏴” 약속 깨
25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밝힌 북한 매체의 설명은 최근 무력시위 강화에 나선 북한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24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초대형 방사포다. 북한은 새로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를 앞세워 유사시에 남한 전역을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대남 압박을 지속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전면 공개로 자신감 드러내…김 위원장 등 간부들 참석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등장한 대구경조종방사포와는 다른 부분이 눈에 띈다. 북한은 대구경조종방사포 발사 당시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을 회피하는 풀업(Pull-Up)기능을 뜻하는 ‘수평 비행과 궤도 변칙’과 비행고도를 낮춰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낮추는 ‘고도 억제 비행 성능’을 갖췄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발사대를 비롯한 주요 부분은 모자이크로 가려 기술적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와 달리, 이번 초대형 방사포는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공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장면을 참관하면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패드 태블릿PC까지 그대로 노출됐다. 기술적으로 검증된 강력한 위력을 가진 무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북한이 “세계적인 최강의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주체 병기”라고 자화자찬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 金 “단번에 성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새로 연구개발한 초대형 방사포’의 성공적인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게재된 방사포 발사 모습으로, 차륜형 발사대에 발사관 4개가 식별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김 위원장은 “젊은 국방과학자들이 한번 본 적도 없는 무기체계를 순전히 자기 머리로 착상하고 설계하여 단번에 성공시켰는데 총명하다. 큰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방사포 시험 사격 지도엔 김 위원장이 이병철·김정식·장창하 등 당 중앙위원회와 국방과학부문 지도 간부들과 자리를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현장 사진엔 모습이 포착됐지만 기사에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는 기존 대구경조종방사포보다 발사관과 포탄이 더 커진 외형을 갖고 있다. 사거리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직경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고도 25∼30㎞, 비행거리 220∼250㎞였던 대구경조종방사포와 달리 초대형 방사포는 최대 고도 97㎞, 비행거리 380여㎞를 기록했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정상 발사(30~45도) 시 사거리는 최대 고도와 비행거리를 종합해 추정한다. 통상 최대 고도의 3∼4배 정도가 사거리다. 초대형 방사포의 고도와 비행거리는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한다. 초대형 방사포가 요격회피기능이 없는 스커드 등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특성과 매우 유사한 ‘미사일급 방사포’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네 번째 신무기로 무력시위 강도 높여
초대형 방사포가 북한 주장처럼 기존과는 다른 무기라면 북한은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구경조종방사포, 북한이 ‘새 무기’라고 부르는 전술탄도미사일에 이어 네 번째 신무기를 개발했다는 의미가 된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무기들이 모두 남한을 겨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무력시위를 통한 대남 압박 기조가 한층 강해졌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초대형 방사포를 함께 만들면서 액체연료를 쓰는 스커드 계열의 구형 탄도미사일을 고체연료 기반의 대구경방사포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료 주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한 번에 한 발만 쏠 수 있는 스커드 미사일과 달리 방사포는 짧은 시간 내에 단일 표적을 향한 연속 발사가 가능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돌파할 무기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발사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약속을 깼다고 비판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았다며 “한·미 연합훈련을 종료하면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도 종료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미는 11∼20일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실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훈련 종료 나흘 뒤 방사포를 쏜 셈이다.
김 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3년 전 오늘 우리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전략잠수함 수중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말해 미국이 경계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거론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대화 국면에서 실제 발사를 할 수 없지만 SLBM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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