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인해 한미일 간 미묘한 갈등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3국의 군 당국자가 한 자리에 모인다. 국면 전환을 위한 관련 논의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 같은 만남은 4일부터 서울에서 2박 3일간 열리는 안보대화에서 이뤄진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참석은 다소 이례적이다. |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한미 연합사령관). 2019.7.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은 그간 안보대화에 차관보급 인사나 주한미군의 부사령관급을 대표로 파견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참석으로 미국에서는 그간 파견된 인사 중 가장 고위급 당국자가 이번 안보대화에 나서게 됐다.
특히 미국은 당초 우리 측의 '차관보급' 참석 요청에 내부적인 이유를 들어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돌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라는 사상 최고위급 인사를 참석시킨 것이다.
그의 안보대화 참석은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한미가 대폭 인상이 점쳐지는 방위비 분담금의 협상이라는 현안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를 염두에 두고 고위급 당국자가 참석의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 측이 이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을 파견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한 만큼,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참석은 다른 맥락에서 해석된다. 지소미아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한국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사실상 초치해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불만 표출을 자제해 달라"라고 요청한 뒤 '조용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해리스 대사는 외교부에 다녀온 뒤 우리 측과 관련된 행사 참석을 모두 취소하고 대신 미국 햄버거 체인점의 개점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리스 대사의 행보로 인해 한미 동맹 및 공조에 '균열'이 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정부가 주한 미군기지의 조기 반환 요청이라는 대미 카드를 꺼내면서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사상 최고위급 인사를 안보대화에 참석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성의'를 보이면서 한미 동맹 악화 우려와 관련한 여론을 관리하는 셈이다.
한편으론 한미일의 군 당국자들이 공식적으로 모이는 자리인 만큼 실질적인 대화를 염두에 둔 조치일 수도 있다.
지소미아는 8월 24일 정부의 종료 결정과 일본 측에 대한 통보 이후 실질적으로 최종 종료까지 80여 일가량이 남아 있다. 종료를 원할 시 종료 90일 전에 상대국에 통보를 해야 하는 조항 때문에 지난달 관련 발표가 나온 것이다.
미국은 이 '유예 기간' 안에 우리 정부를 설득해 지소미아를 '원상 복구' 시키려 할 수도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과 연계해 기존에 우리 측에 요구한 분담금 인상폭을 낮추고 지소미아를 유지시키는 일종의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지소미아와 관련한 한미일의 공식 소통 채널이 불분명한 만큼 서울에서 관련 당국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일정을 계기로 3국 간 의견 교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며 일본에서는 코지 요시노 방위성 국제정책과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미일 3국 회동과 무관하게 한일 양자 회담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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