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이어온 ‘조국 정국’에서 침묵을 지켜오던 방송인 김제동씨가 17일 우회적이나마 처음 입을 열었다. 이날 오전 본인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굿모닝FM 김제동입니다’에서다. 방송인 김제동씨. [연합뉴스] 프로그램 중 ‘키워드 뉴스’ 순서에서 한 패널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전날(16일) 삭발식 뉴스를 전했다. 패널은 “황 대표가 어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애국가가 울린 가운데 삭발을 감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삭발식 하기 전에 강기정 정무수석을 보내서 만류했지만 (황 대표는) 결국 강행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주장하면서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알겠습니다. 애국가는 원래 국민의례 때 쓰는 건데요. 잘 들었습니다”라며 웃었다.
비록 한 문장의 짧은 말이고 조 장관이 아닌 황 대표를 향한 말이지만, 그간 김씨가 '조국 사태'에 침묵했다는 점에서 이날 언급은 주목받았다. 그간 김씨 등은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불리며 사회 현안에 많은 목소리를 내왔지만, 유독 진보 진영 의혹엔 말을 아껴왔다. 특히 김씨는 과거 정유라씨 입시 부정 의혹에 “열심히 공부하는 청소년들의 의지를 꺾었으며, 이 땅의 아빠 엄마들에게 열패감을 안겼다면 그것이 헌법 제34조 위반이고, 그것이 내란이다”라고 했다.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비판 집회 당시 김제동씨가 연설하는 장면. 김씨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시 부정과 관련해 ’내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김씨를 향한 쓴소리는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지난달 2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김제동씨는 어디서 침묵하는지 지금 조용하다. 우파 정치인들의 뭐만 나오면 그렇게 돌팔매질을 하던 소위 좌파 지식인이라고나 할까”라고 했다. 이튿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소위 개념 있는 연예인으로 포장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얼치기 좌파 전위대로 설치던 그 사람들은 왜 조국 사태에는 조용한가”라고 했다.
“애국가는 원래 국민의례 때 쓰는 것”이라는 김씨의 설명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훈령인 ‘국민의례 규정’에 애국가가 국민의례 정식절차 중 하나로 기재돼 있다. 다만 국민의례에서만 애국가를 틀거나 연주해야 한다는 법령 및 규정ㆍ규칙은 없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애국가는 자주 등장한다. 특히 김씨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집회에서 사회를 보았는데, 애국가가 매번 울려퍼졌다. 당시 김씨는 “애국가를 들으니 비장한 눈물이 난다”,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달 KBS 1TV ‘오늘밤 김제동’이 종영돼 하차한 데 이어, MBC 라디오 ‘굿모닝FM 김제동입니다’에서도 가을 개편을 맞아 하차할 예정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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