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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에 임신.. 사회가 받쳐줄 걸 알았기에 용기냈죠"
자진모리 | 2019.09.17 | 조회 363 | 추천 0 댓글 0
[싱글맘 없는 나라, 스웨덴①] 장애아동 키우는 30살 싱글맘 사라 씨 이야기

【베이비뉴스 김정아·김윤정 기자】

스웨덴에는 싱글맘이 없다? 전체 아동의 25%가 한부모와 사는 나라 스웨덴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편견과 차별 속에 사는 싱글맘이 없다. 이혼 후에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가 됐다고 하더라도 힘겹게 혼자만 양육 부담을 하지 않는다. 이혼 후에도, 아이는 함께 키우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까지 스웨덴 정부와 사회는 어떤 제도적 뒷받침을 해줬을까? 직접, 스웨덴 스톡홀롬을 찾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지혜를 얻고 왔다. -기자 말

인터뷰 도중 사라 씨의 첫째 딸 앨드리가 수시로 엄마를 찾았다. 앨드리는 자폐증과 ADHD를 앓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경제적 기반이 없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는 것이 불안했지만, 스웨덴의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 덕분에 용기를 냈어요."

스웨덴 스톡홀름 스칼프넥 지역에 사는 사라 드 혼드(Sara de Hond, 30) 씨의 말이다. 사라 드 혼드 씨는 2년 전 남편과 이혼 후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사실 스웨덴에서는 우리와 같은 '싱글맘'의 개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혼을 하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명이 양육권을 갖고 자녀를 전담해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동등하게 번갈아 가며 양육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9일 오후(현지 시각), 사라 씨를 만나러 그의 자택을 찾았다. 사라 씨에게는 8살인 첫째 딸 앨드리(Eldrie)와 4살인 둘째 딸 알비라(Alvira)가 있다. 첫째 앨드리는 자폐증과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다. 앨드리를 키우는 데는 정서적, 신체적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서 사라 씨와 전남편은 이혼 후 사흘 양육하고 하루 쉬는 패턴으로 번갈아 가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2시간 남짓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둘째 알비라 보다 첫째 앨드리가 계속해서 엄마를 찾았다. 취재진의 노트북에도 관심을 보이고, 엄마에게도 궁금한 것을 자꾸 물어봤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싱글맘 사라 씨는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제도에 무척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전 남편은 버스로 20분 거리에 살고 있어요. 두 딸은 아빠 집과 엄마 집을 번갈아 가며 생활해요. 아빠와도 그리고 저와도 모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한번 물었다. "아이들을 두 부모가 번갈아 가며 키우는 장점이 있을까요?" 우문에 대한 현답을 제시하듯 "아이들은 엄마, 아빠 모두와 잘 지낼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 스웨덴, 모든 아동에 아동수당 16세까지 지급 

사라 씨는 아동수당 등의 명목으로 매달 약 49만 원을 스웨덴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자폐증과 ADHD를 갖고 있는 딸과 한창 손이 많이 가는 네 살 딸을 키우려면 경제적으로, 물리적으로도 무척 힘이 들 것 같았다. 게다가 사라는 인터뷰 일주일 전, 계약직으로 일했던 뉴스 에이전시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 실직 상태였다. 양육비를 어떻게 충당하고 있냐고 묻자, 두 아이 모두 아동수당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고(스웨덴 정부에서는 16살까지 모든 아동에게 1250크로나, 한국 돈으로 약 15만 3000원을 아동수당으로 지급한다) , 첫째 앨드리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추가로 매달 1500크로나(한화로 약 18만 4000원)를 받고 있다고 했다.

즉 두 아이의 양육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되는 금액은 한 달에 약 49만 2000원이다. 16살 이후에도 학생수당이라는 이름으로 18살까지 지원이 이어진다. 아동수당은 정확히 1/2로 분배해 엄마, 아빠 계좌에 입금이 된다. 수당뿐 아니라 장애가 있는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가족 캠프나 방과 후 수업, 문화센터 수업 등도 체계적으로 잘 돼 있어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앨드리는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방과 후 교실에 가요. 특별 활동으로 문화센터에서 연극도 해요."

사라는 "물론 이혼 후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진 것은 맞다"고 했다. 하지만 "이혼 전에 남편과의 관계에서 힘든 점이 많았고 그로 인해 에너지를 많이 뺏겼다. 지금은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고, 남편이 아이들을 보는 기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480일 육아휴직 지원하는 나라

스웨덴에서는 이혼 후 부모가 번갈아가며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앨드리와 알비라 역시 엄마, 아빠 집에서 모두 지내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현재는 두 아이 모두 양육·교육기관에 맡길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출산 직후엔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사라와 전남편 둘 다 고등학교까지만 나왔기 때문에 고소득의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없었을 거란 판단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을지가 의문이었다.

"첫 아이 앨드리를 낳았을 때 전남편은 직업이 없었어요. 저는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었죠. 전남편이 네덜란드 사람이라 네덜란드에 가면 더 직장을 잘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이를 낳고 잠시 네덜란드로 이주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직장이나 집을 구하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반면 스웨덴에서는 480일 육아휴직을 모두 쓸 수 있었죠."

스웨덴 사회보험청에 따르면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아이 한 명당 480일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480일 중 390일은 본인 월급의 80%까지 받을 수 있다. 나머지 90일은 소득에 상관없이 하루에 180크로나, 우리 돈으로 약 2만 2000원이 지급된다.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480일 동안 매일 250크로나(3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즉 한 달에 약 90만 원을 받는 것이다.

사라는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임신을 해서 두려웠지만 이같은 스웨덴의 기본적인 사회적 시스템 덕분에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과 용기를 갖게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라는 "스웨덴에서는 보편적으로 복지 제도가 무척 잘 돼 있는데 본인이 잘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고 말할 정도였다.

◇ "싱글맘이라 받는 차별요? 전혀 없어요"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 사라 씨 가족. 왼쪽부터 첫째 앨드리, 엄마 사라, 둘째 알비라.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전형적인 한국인의 시각에서 사라의 삶을 들여볼 수밖에 없었던 취재진은 계속 그녀의 힘든 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남편과 이혼 후 혼자만의 시간도 생겼지만 혼자 전적으로 양육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사라에게 던졌다. "제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육아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 없어서 그런 어려움은 물론 있죠. 또, 어린 나이에 임신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가족들과 관계가 소원해져서 연락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낸다"며 "양육 도움을 가족에게 전혀 받을 수 없는게 힘들긴 하다"고 토로했다.

일주일 전에 실직한 이유가 혹시 싱글맘인 것과 관련은 없을까? 사라에게서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전 직장에서는 진급 제안을 받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거든요.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계속해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였어요. 물론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에너지를 쏟다 보니 열심히 구직하는데 시간적인 제약이 있긴 하죠. 그렇지만 아이들 때문에 혹은 제가 싱글맘이라 정규직 일자리를 못 찾거나 하는 건 아녜요."

사라와 사전에 이메일로 연락하면서 인터뷰 약속 시간을 잡기 전에 취재진은 한국 싱글맘, 싱글대디의 실상을 담은 베이비뉴스의 기획취재 기사를 미리 전달했다. 한국의 싱글맘, 싱글대디의 실상을 보고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비극적이에요. 너무 안타깝고요. 우리 아이가, 제가 단지 혼자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물론 우리나라에선 그럴 일이 없겠지만요." 우리의 싱글맘, 싱글대디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겪는 현실은 그에겐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먼 이야기일 뿐이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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