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현석 씨(37)는 종합식품기업에 근무한 지 7년째 된 2017년 2월 회사를 그만두고 치킨 프랜차이즈 BBQ 점주가 됐다. 창업 초기 그는 하루 12시간을 일하면서 오토바이 배달까지 하다가 사고를 당해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는 고생을 감내했다. 지금은 광장점, 자양강변점 두 점포 점주가 됐다. 염씨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하곤 했던 과거에 비해 근무 시간도 적으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퇴직 후 창업`의 대명사였던 치킨 프랜차이즈 창업자들 연령이 내려가고 있다. 특히 20·30대 창업자 비중이 눈에 띄게 늘면서 비교적 경험이 부족해도 사업체를 꾸릴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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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치킨 프랜차이즈 bh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교육 수료자 중 20·30대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이 중 20대 교육 수료생 비중은 2015년 10%대였으나 올해는 20%대로 증가했다. bhc 등 치킨 프랜차이즈는 본격적인 영업에 앞서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가량 신규 점주들에게 매장 운영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에는 점주와 실제 점포를 운영할 한 명이 참가한다. 업계는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화하는 데다 치킨 창업에 대한 인식이 `은퇴 후 대안`에서 `창업 아이템`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교촌치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점주 교육을 받는 20·30세대, 특히 30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창업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면서 이직 대신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 가맹점주들 연령대도 꾸준히 내려가는 추세다. BBQ에 따르면 2017년 3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50대 이상 창업자 비중은 점차 줄어들어 올해는 34%를 기록했다. 40대 창업자 비중은 같은 기간 28%에서 36%로 늘어 50대 창업자 비중을 추월했다.
업계는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배달앱 발전 등으로 외식업계가 점차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점주들 영업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과거에는 마케팅 수단이라 하면 전단지 정도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점포별로 SNS 계정을 운영하거나 배달앱 리뷰 등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 단계에서도 디지털 역량은 정보력 차이로 나타난다. 또 다른 치킨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역별로 `창업설명회`를 개최하면 수천, 수만 명의 예비 점주들이 몰리곤 했지만 지금은 오프라인 설명회를 하지 않은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가맹 본사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나 공정거래위원회 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 창업에 대한 관심은 치킨을 넘어 프랜차이즈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는 젊은 층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1인 창업 아이템이나, 트렌디한 외국 외식 브랜드 창업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청년 창업과 일자리를 강조하는 정부 정책도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람회에 참석한 김종희 `다둥이 세탁소` 대표(37)는 지난 4월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지역 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중 `청년 CEO 육성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청년실업이 심화하는 것 역시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2014년 9%에 처음 진입한 이후 지난해 9.5%를 기록했다.
7월에는 9.8%를 기록해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창업가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고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점포를 운영하는 데는 조직·주방·서비스·재무 관리 등 다양한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진입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밑바닥부터 노하우를 쌓고 창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이 6월 내놓은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치킨집 창업은 2014년 9700개에서 지난해 6200개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폐업은 같은 기간 7600개에서 8400개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