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꼭 필요하지만 국회에 잠들어있는 법안을 알아보는 '곽승규 기자의 <법이 없다>' 시간입니다.
얼마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지난달 23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비흡연자 역시 앞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절대 사용하지 마시고."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말할만큼 액상형 전자담배가 위험하다는 건데요.
정작 정부가 판매금지는 내리지 못하고, 이렇게 권고만 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곽승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미국에서만 폐질환 사망 33명.
국내에서도 첫 의심환자가 발생했지만 어떤 유해성분이 얼마나 들었는지조차 모르는 액상형 전자담배.
그 유해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법이 필요합니다.
우선 필요한 건 전자 담배도 담배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법.
현행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으로 만든 것으로 정의됩니다.
그런데 액상형 전자담배는 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에서 니코틴을 추출해 만듭니다.
법적으로는 담배가 아닌 건데 이러다보니 식약처의 유해성분 검사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늦게나마 전자담배도 담배에 포함시키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위 안건으로만 12번 상정됐을뿐 논의는 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업자로부터 담배의 유해성분 정보를 제출받아 관리하는 법안 또한 표류하고 있습니다.
1년 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유해성분 관리를 기획재정부가 할지 보건복지부가 할지를 두고 서로 다른 법안이 제출되자 교통 정리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표창원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제까지는 기재부와 이 문제 가지고 협의는 안 하신 거네요? 서로 간의 필요에 의해서 각자 법안 개정이 이루어진 것이고요?"
[박능후/보건복지부장관] "예, 그렇습니다"
국회의 지적에 따라 두 기관은 담배사업자의 인허가와 규제를 담당하는 기재부가 유해성분 관리도 책임지기로 오랜 논의 끝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이 합의를 받아드릴 수 없다며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7월 열린 법사위 2소위에서 주 의원은 "부처 간에 협의가 이뤄졌다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며 "유해성분 관리는 복지부에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 다음에 다시 열어 논의하자는 회의는 넉달 째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12년 전 전자담배가 도입된 이후 이곳 국회에서 처음 논의된 건 전자담배에도 세금을 더 부과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국민들의 건강 문제 논의는 뒤로 밀리면서 유해성분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아직까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법이없다 곽승규입니다.
(영상취재·편집 : 박종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