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400' 바이러스 등장하는 40년前 소설의 역주행 크리슈나 | 2020.02.28 | 조회 494 | 추천 0 댓글 1
1981년 딘 쿤츠 소설 '어둠의 눈' 中 생화학무기연구소가 개발한 바이러스가 전세계 휩쓰는 내용 '우한 코로나'가 생화학 무기라는 일각의 음모론과 맞아떨어지며 美·英 등에서 화제로 떠올라
전염병과 바이러스를 다룬 소설·영화가 주목받는 가운데 우한 코로나를 정확히 예견한 듯한 1981년 소설 '어둠의 눈(The Eyes of Darkness)'이 화제다. 소설 속에선 중국 우한에서 최초 발생한 치명적 바이러스 '우한―400'이 창궐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우한의 생화학 무기 연구소에서 만든 바이러스가 유출되면서 전 세계를 휩쓴다는 설정이다.
40년 후를 내다본 것 같은 작가 딘 쿤츠(74)는 스티븐 킹과 미국 스릴러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소설에서 '우한―400'은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로 시체의 온도가 내려가면 그제야 소멸하는 "완벽한 무기"다. "리첸이라는 과학자가 중국에서 제일 위험하고 중요한 신(新) 생화학 무기를 들고 미국으로 망명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그것은 우한시 외곽의 RDNA 연구소에서 개발돼 '우한―400'으로 불렸다."
쿤츠는 소설을 여러 번 고쳤는데 초판에서는 바이러스가 '우한―400'이 아닌 러시아에서 시작된 '고리키―400'이었다. 이유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1989년판부터 우한이 바이러스 진원지로 바뀌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액션·서스펜스·로맨스를 섞어 써보려 했다. 문화적·정치적인 내용들을 업데이트하고 과도한 어휘와 부적절한 문장들을 다듬었다"고 썼다.
27일 현재 미국 아마존 도서 사이트에는 이 책을 다시 펼쳐든 독자들의 댓글이 달렸다. 한 미국 독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휩쓴 2020년 한가운데에서 이 소설을 읽게 됐다"면서 "도대체 작가는 어떻게 알았을까?"라고 썼다. 영국 독자는 "오늘날 일어난 사건들과 정확히 일치하고 피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어둠의 눈'은 국내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위스퍼링 룸' 등 쿤츠 소설을 출간한 북로드 관계자는 "국내에 쿤츠 작품이 몇 번 소개됐지만 판매 성적이 좋지 않아 많은 작품을 들여올 수 없었다. 이번 소설은 판권 문의를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소설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라는 일각의 음모론과 맞아떨어졌다. 지난달 말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을 시작으로 미국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우한 생화학 연구소란 주장을 펼쳤다. 코튼 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적어도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중국에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펄쩍 뛰며 "완전히 미쳤다! 이런 소문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인종차별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한이 역사적으로 미생물·바이러스 연구 시설이 많았던 곳이기 때문에 쿤츠가 이를 활용해 소설을 쓴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홍콩 출판인은 SCMP 인터뷰에서 중국발 바이러스를 소설의 소재로 쓴다면 우한이 딱 알맞다며 "동서로 흐르는 양쯔강과 남북으로 뻗은 고속철도, 중부 교통망의 중심에 있어 가상이든 실재든 전염병이 퍼지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다"고 했다.
다만 쿤츠가 2020년을 정확히 예상했던 것
은 아니다. 쿤츠의 소설 속 문장이라며 "2020년경 폐와 기관지를 공격하고 모든 치료법이 듣지 않는 중증 질환이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란 글이 소셜미디어에 떠돌았지만, 이는 예언가인 실비아 브라운의 글이다. 미국의 팩트체크 기관 폴리티팩트는 "딘 쿤츠는 '우한―400'에 대해 쓴 게 맞지만 실비아 브라운은 우한 코로나를 예측한 게 아니다"라고 검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