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을 건너온 바람이
힘들여 걷는 내 발길을 돌아
살아있는 풀포기가 된다
이어진 돌 계단을 건너뛰며
비틀거리는 나를 받아 안고
풀포기는 더 없이 조심스러운 걸음이 된다
이윽고 불꽃같은 노을이 지고
손을 놓지 못하는 아름다움까지
나는 망초곷과 고추잠자리를 달래고 있다
서늘한 바람 일어
논둑길을 서성일 때
길가의 코스모스
하늘하늘 춤을 춘다
가을에는 노래를 하게 해주소서
그리움과 외로움을 가슴으로 느끼며
낭만과 고독을 추억으로 남게 해주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