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작은아이는 이 못난 엄마에게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
을 안겨 줍니다. 무슨 죄가 있어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저 어린 것이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지,
죄인인 엄마는 감히 아픈 아이 앞에서 울음 소리 조차 낼 수 없습니다.
14년 전, 스물두 살에 양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1년 뒤 태어난 큰아이가
선천성 복잡 심장기형이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불행은 시작됐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며느리가 달갑지
않던 시어머니는 아이가 아픈 게 친정집 조상 탓이라는 무속인의 말을 믿고 굿을 해야 한다며 우기셨
습니다.
큰아이가 무사히 심장 수술을 마친 뒤에도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계속됐지만, 남편은 바람막이가 되
어 주지 못했습니다. 어머님의 외고집이 지나친 걸 알면서도 집안이 조용하려면 어머니 앞에서 몸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나는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남편
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큰아이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셋집을 내놓았을 때, 어머님은 온전치 못한 아이에게 모든 걸 내준
다고 걱정하셨습니다. 그 말을 달갑게 듣지 못하는 내가 어머님 눈에도 곱게 보이지 않았음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 기적이라고 말하는 아이를 나는 어떻게든 살리
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