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내 앞에 펼쳐지는 모든 일이 눈을 뜨면 사라지는 꿈이길 바랄 때가 있다. 2005년 12월
이 그랬다. 그때부터 내 삶은 자꾸 어긋나는 듯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지 2년째.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연애도 하며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알게 된 갑작스러운 임신, 예상치 못했던 남자 친구의 냉정한 모습…. 그를 4년이
나 만났지만 부부 인연은 닿지 않아 서로 상처만 깊게 남긴 채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혼자 아기를
낳았다.
열 달을 꼬박 채웠는데도 아기는 체중 미달과 호흡 곤란으로 두 주나 인큐베이터에서 지내고, 일반
병실에서 일주일을 더 있다 퇴원했다. 백일이 지났는데도 아기는 뒤집기도 하지 않고, 나와 눈 맞추
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불안한 생각이 들어 얼른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의사는 아기가 경직성 사지마비, 즉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