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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고 푸른 심연속에서 나는 아가미가 없었다 <김명기>
싼타오 | 2020.03.24 | 조회 229 | 추천 0 댓글 1

결국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들녘은 아침햇살을 받으면 황금 빛으로 반짝인다. 갈대의 숙여진 머리도, 들판에 술렁이는 풀들의 고개짓에도, 멀리 보이는 숲의 꼭대기도 모두가 Bright Gold의 황금빛이다. 온통 주변은 고귀한 보물이 되어 일렁이며, 어찌나 높고 푸른지, 진짜 하늘같은 하늘로 빛을 되쏘며 반짝인다. 가을이 한발자욱을 나아갈 때마다, 가을의
발자국이 닿은 이 행성의 점령지 만큼, 날마다 날마다 더욱 황금의 들판으로 鍊金(연금)되어간다. 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이 되기를 원하였다던, 마이다스왕도 시간을 놓아 보내고,
가만히 계절을 기다렸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황금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누렇게 결실을 기다리는 곡식들로, 그의 창고를 황금으로 채우고 그자신 황금蟲(충)이 되어가는데 전
혀 문제가 없었으리라. 딸을 차가운 황금의 금속조각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벌레가 고치가 되고 고치에서, 다시 날개를 펴는 나비가 되는 것처럼 순차적이고 자연스럽게, 자
신의 눈과 마음을 황금으로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엔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영원히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그런 지리한 영원히가 아니라, 기다리기를 마치는 그 순
간, 그러니까 단 1초전이라도, 그 마지막 기다림의 순간 바로 전까지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어쩌면 기다림은 순간으로, 찰라로만 수렴하고, 우리는 결국 0.00001초를 더 못기다
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아이가 풀을 꺽어 입에 대면, 기대하지도 또는 상상하지도 못하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것처럼 그런 단순한 일이었다. 엄청난 슈퍼컴퓨터의 시뮬레이션이
없이도, 파리는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는 것을, 복잡한 추론과 가정의 끝에 문득 깨닫는 것처럼, 그렇게 어이없으리만큼 단순하고 쉬운 일이었다. 아침을 가르며 솟아오른 거대한 구
름이, 그 부피 그대로 거대한 황금덩이가 되어 아득하게 빛날 때, 나는 한참을 웃고 말았다. 어쩐지 그런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잠시후 나는
눈가가 젖어 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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