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깊은 친구를 만나고 싶네
그런 친구는 정신이 건강하여
남의 아픔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 하진 않겠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을 두르고,
몇 푼 안되는 콩나물 값에 핏대 세우는 까탈스러운
친구보다는 조그만 기쁨에도 감사할 줄 알고
행복해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목젖이 다 드러나도록
웃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빨간 립스틱 쓱쓱 문질러 바르고
비 오는 날 예고 없이 찾아와서는
애호박 채 썰어 전을 부쳐 먹고
변두리 찻 집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마음이 절로 편한 친구였으면 좋겠네.
때로는 억울한 일, 횡재한 일
울다가 웃다가
소낙비 내리듯 거침없이 쏟아부어도
그저 넉넉한 가슴으로 그래그래 하며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삶의 긴장을 풀어주는
큰 나무 같은 친구였으면 좋겠네.
마음 씀씀이가 비 그친 하늘 닮은 친구 하나
내 우정의 빈터에 조심스레 들이고,
그에게 가장 미더운 친구
그에게 가장 순순한 친구
그에게 가장 힘이 되는 친구
그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친구로
나도 그의 맑은 하늘이 되고 싶네
심미숙 '여백이 있는 풍경'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