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곳 -나태주-
어려서 외할머니와 둘이 오막살이 집에서 살 때
자주 외할머니와 뒷동산에 올라 먼곳을 바라보곤 했다
가을날 같은 때 군청색 굼실굼실 물결쳐간 산봉우리들 너머 외할머니도 먼 곳을 바라보고 나도 먼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바라본 먼 곳이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으로 아라비아 사막이거나 스위스 같은 곳을 먼 곳이라고 꿈꾸곤 했다
그 뒤로 나는 먼 곳을 많이 다녀보았다 여러 날 먼 곳을 서성이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또 그 먼 곳에서 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외할머니와 살던 오막살이집이 먼 곳이고 외할머니와 함께 올라 먼 곳을 바라보던 뒷동산이 먼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