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
- 김부조-
사랑을 잃은 내가
바람난 바람처럼 흔들리고 있을 때
흔들리며 피는 들꽃이 되라 했다
눈물을 배우지 못한 내가
소리 없는 슬픔에 갇혀 있을 때
그는 나에게 쉽게 울며 날아가는
가벼운 새가 되라 했다
나의 행방을 알 수 없는 내가
길 가는 자의 앞을 가로막을 때
날마다 나를 수소문하는
낯선 사람이 되라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뒤로
그 무엇이 될 수 없었다
그 무엇으로는
살아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