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뜨겁게 달구다가
수줍은 얼굴로 사위어가면서도
마지막 인사만은 유려하게 흐른다
서녘을 붉게 물들이면
삶에 지친 새들도 고단한 농부도
소망의 간절함을 미룬 채
둥지를 찾아 종종걸음 한다
어둠이 내리면 덧없는 눈물로
가끔 저 먼 검은 산천을 바라보면
그립던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런데도
검푸른 바다를 낭자하게 물들인 건
숨겨둔 사랑을 태우는
그대 가슴인가
짧은 순간의 황홀한 표출이
잰걸음으로 하룻길 접으려 했던
나그네 시선을 멈춘다
오늘도 열정적으로 살다 가는 그대
내일이면 또 정열의 빛이겠지만
그대가 흘린 주황색 눈물을
바닷물은 말없이 닦아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