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화간 난 할머니는 그날부터 입을 닫고,
할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때가 되면 밥상을 차려놓고,
한쪽에 앉아 말없이 TV만 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또 말없이
숭늉을 떠다 놓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그리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머니의 말문을 열게 할지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잠시 뒤 할머니가 마른빨래를 정돈해서
옷장 안에 넣고 있었고, 말없이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옷장 문을 닫고 나가자 옷장 문을 열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뒤지며 부산을 떨던 할아버지는
옷장 속에 있던 옷들을 하나둘씩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본 할머니는 화가 났습니다.
저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치우는 것은
할머니 몫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뭘 찾으려고 그러는데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제야 임자 목소리를 찾았구먼.”
할아버지의 지혜로운 화해 요청에
할머니도 그동안의 화가 풀리면서 그만 따라서
웃고 말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