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병원에 다녀온 후 외갓댁에 전화를 드렸을 때, 외할머니께선 그러셨지.
"것봐~ 어쩐지 내가 태몽을 꿨더라니..."
우리 아가의 태몽은 외할머니께서 꿔주셨단다. 지난 달 아빠 엄마가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범서 형아를 외갓댁에 맡기러 대전에 내려 갔을 때였어.
"며칠 전에 넓은 고추밭에서 빨간 고추를 따는 꿈을 꿨네. 풋고추도 많은데 빨갛게 익은 것만 계속 골라서 땄어. 아무래도 태몽인데,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니 소식없다 그러고, '영주가 둘째 갖으려고 하니, 영주네 태몽인가보네' 언니가 그러더라."
그날 엄마는 기대에 찬 외할머니의 눈빛을 애써 피하며 :-)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었지, 아직은 소식을 알 수 없어서.
그리고 바로 우리 아가가 엄마 뱃속에 자리 잡았으니, 외할머니가 제대로 된 시기에 태몽을 꾸셨던 게야.
고추를 따는 꿈이라... 얼핏 들으면 영락없이 아들 낳는 태몽인 듯 하고, 빨간색이면 혹시 딸인가? 해서 웹을 뒤적거렸지. 이런! 모든 과일이나 채소의 익은 것을 따는 꿈은 아들 낳는 태몽이라 하네. 범서형이 있으니, 둘째는 예쁜 딸을 낳아 보란 듯이 어여쁘게 키우고 싶은 욕심이 없지 않은데, 과연 외할머니의 태몽은 얼마나 더 맞아 들어갈지.
"아들도 딸도 다 괜찮아. 하늘에서 내려 주시는대로 건강하게 낳아서 잘 기르면 돼."
아빠와 엄마는 애써 작은 욕심을 억누르고 이제 막 심장이 뛰기 시작한 우리 아가에게 아들이든 딸이든 건강하게만 자라라... 라고 얘기했어. 사람이나 과학의 힘으로 선택되지 말아야 할, 자연의 선택이 가장 건강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아빠와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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