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던 직장동료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다. 적막한 기류를 깨기 위해 별다른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오늘 날씨는 어떤지, 주말엔 뭘 했는지, 어제 야구경기 결과는 어땠는지 묻는다.
이처럼 사소한 잡담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예측가능하고 뻔하며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이유는 뭘까. 미국 언론매체 허핑턴포스트가 잡담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기능을 소개했다.
◆유대감ㆍ소속감 강화=사람은 말을 유창하게 하는 동물이다. 유대관계를 형성하려면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잡담은 개인 간의 스스럼없는 사이를 형성하고, 지역 공동체 간의 단결을 유도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잡담은 대화 '내용'보다 대화를 나눈다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하다. 가볍고 사소한 대화만으로 유대감을 강화하고, 소속감이 들도록 만들거나 상대방이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낯선 사람과의 연결고리=서로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공통 관심사를 찾기 어렵다. 이럴 때 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잡담이다.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사교적인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비사교적인 측면'을 보인다. 가령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낯선 사람과는 절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주변의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출퇴근 스트레스가 일부 해소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단 이는 서구권에 해당하는 얘기로, 동양권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이 자연스러운 문화는 아니다. 대신 버스 운전사에게 밝게 인사를 건넨다거나 정류장 근처 편의점에서 직원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겠다.
◆업무적 혜택=직업적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잦은 사람들이 있다. 낯선 사람과의 교류가 많다는 것인데, 이럴 때도 가벼운 잡담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잡담이 사회 관계망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적인 관계일지라도 업무적인 딱딱한 대화만 나누는 것보단 잡담처럼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매고 있는 넥타이, 최근 보고 있는 드라마 등 어떤 것이든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단 이야기를 던지는 사람뿐 아니라 이를 들어주는 상대방 역시 호응을 잘 해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