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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
-----------특급호텔 같은 견미리의 집|
루센 | 2011.03.20 | 조회 4,810 | 추천 109 댓글 0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편이 아내 위해 설계한 집

남 편이 손수 지은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집 구조에 대해 구상할 때 이미 자기 머릿속에 그림이 다 그려졌다며 호언장담하기에 건축가도 아니고 사업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겠느냐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학교 다닐 때 기술 시간에 이런 거 다 배워요. 내가 자 들고 다니면서 치수 재가며 그림 그릴 테니 당신은 큼직큼직하게 필요하다 싶은 것만 생각해서 말해 줘요. 애들한테도 물어보고요. 자신 있어요.”라고 한다.


 


남편은 똑똑하고 진취적이면서 화법이 부드러워 항상 나에게 믿음을 갖게 한다. 그래서 주부로서 꼭 챙겨야겠다 싶은 부분만 몇 개 당부하고 나머지는 남편에게 확 내맡겨 버렸다. “당신 상의는 대부분 다 길이가 짧더라고요. 내 하의는 다 길고. 그래서 우리 붙박이장 사이즈는 다른 집보다 상부는 짧고 하부는 길게 짜는 게 좋겠어요. 내가 한 번 그려봤는데, 어때요?”, “유진이랑 주희는 아무래도 여자애들이니까 파우더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화장실 옆에 하나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콘센트는 컴퓨터랑 휴대폰 충전용, 스탠드와 전화기까지 치니까 한 방에 최소한 6개는 필요할 거 같고요.”


 


늘 매사에 이런 식이다. 야근하거나 회식 끝나고 늦게 들어와서도 집 안을 한 바퀴 돌며 문단속을 하는 든든한 남편이자,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관심사를 꿰고 있는 자상한 아빠인 이 남자와 한 이불 덮고 산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1_휑할 정도로 심플한 공간감을 좋아해 쓸데없는 가구를 이것저것 놓지 않는 편. 대신 색감이나 패턴이 화려한 커튼을 달아 포인트를 줬다. 굳이 블라인드 대신 먼지 많이 난다는 커튼을 단 건, 오히려 자주 세탁하는 게 더 위생적일 거라는 깔끔쟁이 견미리 스타일.실버&블랙 콘솔・아시안데코


2_대리석 월 아래 왜 거울을 달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평상시엔 거울로 사용하다가 필요할 때 전원을 켜면 가운데 부분에 TV 액정이 뜬다. 텔레비전이 눈에 띄는 곳에 있으면 아무래도 더 자주 켜게 될 것이고, 그러면 가족들과의 대화 시간을 방해할 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벽걸이 TV 대신 미러 비전을 달았다. 텔레비전이 있다는 걸 잊고 살 수 있어 좋다.

미러비전(02-3445-1110), 아프리칸 스타일 체어・아시안데코


3_부부 침실. 평소 좋아하는 초콜릿, 베이지, 하늘색을 매치해 편안한 분위기가 나도록 하는 게 공간 콘셉트. 침실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베네치안 스타일의 전신 거울을 침대 옆에 협탁 대신 두었다.


 



색깔 표현에 집중한 인테리어, 가족을 배려한 공간

남 편이 집을 지었다면 나는 집을 꾸미는 일을 맡았다. 한창 앨범을 준비할 때라 정신이 없었지만, 나와 내 가족이 살 집이니 아무리 바빠도 내 손으로 꾸며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생겼다. 일단 전체적인 인테리어 콘셉트는 모던하면서 강렬한 색을 하나씩 사용해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잡았다. 패브릭과 포인트 벽지를 강한 컬러로 매치했다.


 


초반에는 머릿속으로 그린 느낌과 실제 컬러 매치가 달라 벽지를 다시 뜯고 새로 바르는 시행착오도 거쳤지만, 이젠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가족들이 원하는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 주는 것도 내가 원하던 바다. 이화여대 성악과에 재학 중인 큰딸 유진이는 앞으로 무대에 서야 할 아이니까 무대 공포증을 없애라는 의미에서 거실 한편에 피아노와 첼로를 둔 연습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둘째 주희는 고등학생이지만 무척 여성스러운 걸 좋아해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로맨틱하게 공주님 방처럼 꾸며 주었다.


 


막내 기백이 방에는 일부러 창을 여러 개나눠 내고 아주 작은 발코니를 하나 만들어 주었다. 이 집에서 오래 살 생각이니 이 방에서 사춘기도 겪고 청년이 되지 않을까. 홀아비(?) 냄새 날 때 창문 확확 열어 놓고 환기하라고, 감정이 예민할 땐 발코니에 나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라고 엄마의 마음을 담아 주었다.


 



 


1,3_성악을 전공하는 큰딸 유진이를 위해 무대 공포증을 없애라는 의미에서 거실 한편에 연습 및 발표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관객은 아빠, 엄마와 동생들. 언제나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는다.




2_부모님을 위한 공간. 기존에 있던 테이블 2개를 붙여 침대 프레임으로 활용했고, 매트리스 대신 전통 보료를 올려 제대로 한실 느낌이 풍긴다. 베네치안 거울을 2개 나란히 걸었더니 과하지 않은 화려함을 준다. 로라・안나프레즈, 뒤쪽의 한지 느낌 격자창 조명 판은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찢어질 염려가 덜하다. 침대보다 훨씬 푹신하지만 단단해서 허리가 편한 전통 보료·이브자리, 어른들 오실 때만 꺼내려고 큰맘 먹고 장만한 경남무형문화재 이용구 선생의 방짜유기・두부자(055-945-2626).


 



노랫말처럼 정말 행복한 걸 어떡해요?

15 년 전 지방의 한 행사장에서 처음 만난 태진아 아저씨와의 인연은 참 소중하다. 나는 아저씨를 ‘민원창구’라고 부르는데, 남편에게 말하면 짐이 될 것 같은 연예계 쪽 문제가 생기면 쪼르르 아저씨한테 달려갈 정도로 의지하는 분이다. 사실 나는 스스로 사회성이 결여됐다고 말할 정도로 낯을 많이 가리고, 브라운관에 보여지는 모습처럼 살가운 구석은 찾아보려야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세 아이와 남편에게만 살가운,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과 달리 말하는 무뚝뚝한 캐릭터다. 아저씨는 이런 나의 속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소심한 나에게 진취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전염시켜 주는 고마운 분이다. 요즘 라디오만 틀면 내 목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간드러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당신 하나만~ 영원토록 사랑할래요.” 감정이입 확실히 돼 딱 그 대목에서 콧소리가 난다.


 


 사람들이 휴대폰 연결음이나 벨소리를 내 노래로 설정해 놓은 걸 볼 때 짜릿한 느낌이 든다. 아저씨의 디너쇼에서 게스트로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가수 하자’던 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아저씨는 이미 한참 전부터 내게 어떤 노래를 주고, 어떤 콘셉트를 만들어줘야겠다는 계획을 3집 앨범까지 다 세워 놓으셨단다. 이왕 시작한 거, 재미로 하는 게 아니라 죽기 살기로 한번 해볼 계획이다. 연기야 내 안에 늘 있으니 언제든 꺼내 쓰면 되는 거니까 일단 연말까지는 완벽한 가수로서 무대에 설 참이다.


 



 


연기자는 별다른가, 그래 봤자 세 아이의 엄마

내 가 종갓집 며느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 놀란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듯 새초롬하니 생겨가지고 무슨 종갓집 며느리 노릇을 하겠느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1년에 7번이나 치르는 제사를 지금까지 방송 때문에 한 번 빠진 적 말고는 다 손수 차렸다. 또 연예인이라고 해도 엄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행동반경도 여느 엄마와 별다를 게 없다.


 


학부모 모임에 빠지면 더 많이 티 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쫓아다녀야 하고, 카레 하나를 끓여도 아이가 안 먹는 채소 좀 먹여볼까 싶어 이것저것 온갖 맛있는 재료 다지고 갈아 정성 다해 만든다. 밤에 다 같이 영화를 보다 출출해지면 일하는 아주머니 대신 꼭 엄마와 아내를 찾는 게 이런 엄마의 마음 때문 아닐까. 또 물리적인 시간을 함께 많이 못 보내기 때문에 항상 너희들에 대해 하나하나 관심을 갖고 있고 모든 면을 다 알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하며 아이들을 걱정하면서도 욱 하면 “유진, 주희, 기백아~” 대신 “야! 너희들!” 하면서 소리부터 지르는 평범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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