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9살, 남자는 32살이예요.
볼링동호회에서 친하게 되어 원래 단둘이서 만나는 분위기가 안되는 곳인데
둘이서만 만난 적도 있고,
영화, 밥, 커피 등등..많은 추억을 지난 8개월간 만들었네요.
처음부터 몇번 전화가 왔었는데, 밤에 통화하면 늘 1시간가량 했어요.
포커페이스에 좀 차가워보이는데 잘생긴 인상은 아니구요.
누구에게 피해주는 거 싫어하는 자기 얘기 잘 안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제 앞에선 막 즐거워하구요.
본격적으로 친하게 된 건 제가 호감을 가진 5월경이었고
6월엔 제가 너무 좋아서 좋다고 했는데 아니라고 하더군요.
편하게 지내자고 해서 알았다고..
밥사달라,영화보여달라고 하길래 난 아웃백가고 싶댔더니 그러자더군요.
8월 초 여름휴가 때 둘이서 이틀동안 재밌게 놀았어요.
커피숍도 가고, 가까운 바닷가 바람도 쐬고.
근데 다가올 듯 말 듯 좋아하는 티는 내는데
사귀자는 말을 안하고 제가 그만 불안하고
장난처럼 내뱉는 말에 상처받고 해서 우울한 차에(제가 좀 마음이 여려요)
저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
오빠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좋은 소식있는데 네이트에 없네?'
라고 했더니 바로 들어오더군요.
뭐냐고 하길래, 오빠가 그렇게 원하던 시집가게 생겼다고..
-싫으면 시집가라-라고 늘 말하던 그 오빠였지요.
-축하한다.-
-안 물어봐?-
-남의 연애사 물어봐야 배만 아파~ㅋㅋ-
-나보고 엄청 잘해줘. 공주님이라하고 ㅋㅋ 나 병도질거같아-
-잘됏네. 근데 언제가?-
-한달뒤?-
-사고쳤나?-
-사고는 무슨..뻥이다 결혼 ㅋㅋ-
-잘됐네.. 나도 요새 좀 흔들흔들했는데
잠깐 여자로 보인적있는데-
-끝까지장난이야-
-가라
제발좀
정리하게-
-???오빠도 얼렁 연애해야지?-
-난 안한다 그리고 난 나대로 계획이 있어-
-왜?-
-첫사랑의 상처가 아직도..ㅠㅠ-
-여자 막 만났다며??-
-그거야 헤어지고 나서 그랬다는거지-
-나도 짐작했어..놀린다고 그랬던거야. 암튼 나처럼 거머리처럼 붙어있는 여자가 있으면 여자가 반경 5km내에서 떨어져 나갈테니까 난 남자만나러 가야지.-
-그래 여자는 남자 사랑받으며 사는게 행복해-
뭐 대강 이런 대화였어요.
그러고 난 후...장문의 문자를 주고받았어요.
다 지워버려서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안나지만..
-미친듯이 사랑한다는 거 아니?? 난 그 후로 내 인생에 사랑은 없다고 생각했어. 이젠 다 괜찮아지긴 했는데 후유증때문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 안줘. 정때문에 잠시 사랑이라 착각했던 것 같다. 사랑이라고 믿고 싶지도 않고. 잘해준다며..너도 이제 너한테 잘해주는 남자 만나라. -
-후유증? 참 잘났네-
-왜또이래?-
-누군 후유증 없어서 이러는 지 알아? 누군 두렵지 않아서 이러는줄 아냐고..누군가를 죽이고 싶게 미워해본 적은 있어. 됐어? 답이 좀 됐어? / 누군가를 만난 것보다 만나지 않은 게 더 좋았을거라고 매일 후회해본 나는 뭔데? 힘들어서 막 만나봤다고? 난 힘들어도 못만나겠던데.. 웃으면서 등에 칼 꽂을까봐... 내앞에서 두렵다는 말 하는거 좀 웃긴다. 내가 보기엔 한심해보여./
자기 아픈것만 보이고 남들은 맨날 웃고 다니니깐 즐거워서 웃는지 아나봐?-
이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제가 끈질기게 문자보내도 묵묵부답..
소원하나만 들어주라고 데이트 신청을 했더니
받아주더라구요.
그래서 이탈리안 레스토랑가서 밥먹고, 바람쐬면서 팔짱도 껴보고. (피하더라구요 ㅋ)
전 어깨에 기대고 잠든척하는데..이대로 어디로든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들더군요.
집에 도착할까봐 오히려 눈뜨기 두려운..
제가 안 내리고 막 갱기니깐 피곤한지 눈을 감고 자는척하더라구요.
그래도 안 내리고 있으니깐 팔 지지대쪽에 머릴 기대길래
전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한쪽 팔로 어깨를 감싸안았는데
제 몸이 머리에 살짝 닿는 순간 30초 정도 있다가 일어나더라구요.
-잠깐~ 여자로 보인적은 있는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그 사람 나오라고 해. 그럼 나올걸?
그리고 그 문자보내면 다 연락도 없던데..-
-아 그래 낚인거야? 아 쪽팔려...ㅋㅋ 알았어..문자 다지워 ㅠㅠ
생각해보니 그애가 오빠보다 난거같아 키도크고 덩치도 있고 집도 꽤 사는거같고-
-니가 그렇게 말하면 난 뭐가되냐 ㅋ 남자만나더라도 나보다 못한 배경 집안 애 만나면 안돼. 난 집 덕 볼 것도 없고..-
-알았어. 나 그럼 이만 간다-
전 여자로 안본다는 말에 가슴이 아파와서, 그냥 이렇게 말하고 내려서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걸면서 뒤돌아보니.. 2분간 차가 안 움직이더라구요.
휴...ㅠㅠ 정말 모르겠네요.
오빠한테 지쳐서 힘들어서 만났던 거라고..그렇게 말해도
나혼자 좋아할테니 친구처럼 지내자 그래도 답장없고
난 쿨하니까 딴사람찾아갈거다 그래도 답장없고..
어제는 혹시 오해했냐고...오빠말한마디에 그만만나서 나 진짜 나쁜애됐다고 하니까 '내가 말한 그대로야 바쁜것도 진짜고 네가 넘 예민한듯'
이라고 하네요.
-근데 난 왜 오빠가 한 말이 진담으로 들릴까? 내가 멍청해서 그런건지.. 나랑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 더 좋아졌나봐. 홀로선 나무는 멋져보이지만 늘 쓸쓸하지-
-나 진짜 바빠 나중에 할께-
-하긴 진짜 사랑한다고 믿었으면 날 이렇게 힘들게 하지 않았겠지-
-그래 나도 이제 그만할래 생각해보니 내가 더 아까운듯 ㅋ 외로워서 착각했나보다-
라고 보냈어요. 아직도 머리가아프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