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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다른 차원
형아우 2011-10-31     조회 : 12667
햇빛엽서에서 이 방 메인 맨트가
“사투리...그것은 정情입니다”라고 씌어있다.
참으로 공감하는 표현이다.
정은 사람들간의 사사로움에서 생겨난다.
우리가 국가에게 정이 생겨나는가?
그것은 아주 추상적인 대상이요
그것에 대해 느낀다는 애국심도 알고 보면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애국심이란 것은 원래는 없던 것인데
인위적 교육과 강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즉 그것은 조작된 마음(心)이다.

 우리는 여기서 사투리를 좀 더 거시적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지방 분권/중앙 집권’의 차원이다.
전자가 자꾸만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원심력이라면
후자는 가운데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이다.
중앙 정부는 표준말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통일성과
질서를 강조하고 지방은 자율성을 주장한다.
획일된 체제와 문화는 처음에는 효율성을 발휘해서
짧은 시기에 큰 힘을 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장점은 시간이 지나면 곧 단점으로 변한다.
다양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대응력과 창의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 분권은 어떤가?
중앙 집권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살리면서 제각기 지방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으나 그것을 잘못 적용하면
특정 지역의 이익만 주장하게 되고 타 지역이나
중앙 정부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아서 결국은 그
지역 자체의 불이익을 조장하게 된다.
원전 건설, 쓰레기 소각장, 화장터,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이 그 예이다.
그것 뿐만 아니라 만약 지방자치가 지나쳐서
자신들만의 통화나 군대, 단위 체계를 갖으려 할
경우에는 자율도 좋지만 그것에 따른 손실이 더
클 것이다.

 이러한 밀고 당기는 관계는 국제 사회에도 존재한다.
오늘날 세계는 ‘세계화’라는 열병이 휩쓸고 있다.
세계화?
그것은 군사적 힘을 밑바탕으로 한 미국 자본에 의한
독점 지배를 의미한다.
약소국들은 그 괴물에게 먹히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도마뱀처럼 꼬리를 잘라주는
나라도 있다.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은 이른 바 선진국들은 우리가
일제와 6.25 전쟁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있을 때
벌써 공업화를 진행시켜 엄청난 자본과 기술의 축척이
이루어진 나라들이다.
뒤늦게 이러한 공업화 과정에 뛰어든 후진국들은
돈도 없고 재주도 없는데 이들 보고 맞붙어 싸우자고
나온다.
자기네들은 1백년 동안 온 지구를 오염시켜놓고
이제와서 후발 공업국에게 환경 오염이라는 족쇄를
채워서 꼼짝 못하게 하려한다.
지구의 건강 상태는 그들이 우려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말이 조금이라도 정당성을 가지려면
후발국들에게 오염방지를 위한 설비나 돈을 지원해야
할 의무를 함께 수행해야 한다.
자신들이 자연에 행한 범죄행위를 모른 채 하는 것은
과거를 사죄하고 보상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애시당초 무관세 '자유무역'이니 정부 혜택 없는
'공정경쟁'이니 하는 말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어떻게 걸음마 단계의 아기와 뜀박질하는 어른 사이에
공정한 게임이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는 상당한 진행을 보이고 있다.
수 많은 영세 기업들은 거대 자본에 차곡차곡 먹혀
사라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독점의 피해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같은 물건을 생산해서 처음에는
저가공세를 펴다가 중소기업들이 자금 부족으로 다
망하고 나면 물건 값을 엄청나게 올려버린다.
외국 기업들도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좋은 서비스와
낮은 가격을 내세우며 급속히 밀려온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좀 나은 편이다.
지금 많은 나라에서 미국이나 다국적 기업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손쉬운 싸움을 끝낸 상태다.
그 결과 그나라 서민들은 값비싸고 질 낮은 상품을 써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주는 어떨까?
우주도 부부나 연인 사이의 관계처럼 밀고 당기는 힘이
공존하고 있다.
그 힘이 설혹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라도 한다면
지구, 달, 태양, 별들은 서로 흩어져 고아가 되거나
반대로 서로 오그라들어서 하나의 점이 될 것이다.
세상 자체가 원래 이렇게 밀고 당기는 두 힘의 균형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 두 힘은 물질을 이루는 원자 속의 미립자들에게서도
어김없이 발견된다.  

 우리가 얘기의 화두로 삼았던 사투리는
지방 분권, 중소기업, 국가의 정치/자본 독립과 연장
선상에 있다.
그러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사투리의 역할을 강조해야
하는가?
그것은 표준말, 중앙집권, 대기업, 세계화가 너무 강해서
이 두 힘의 조화를 깨뜨릴 만큼 위험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무리 표준말을 써야 한다고 외쳐도
입시용으로만 배웠을 뿐, 지방에까지 깊숙히 파고 들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전파 매체의 발달로 사투리는 사라지고
급속히 표준말로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
나는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바람직한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이데올로기가 되어야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다양성을 파괴하는 쪽의
힘이 너무나 강하다.
독점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폭력을 가한다.
이제는 멍든 몸을 치유해야할 때다.
우리가 자연을 방치하면 순식간에 훼손되듯이
사투리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얼마 안가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살아있을 때 보존하기는 쉬워도 죽은 것을 살려내기는
어렵다.

 물론 흩어짐은 무질서를 동반한다.
그 혼란을 막기 위해 우리의 마음 속에는 알게 모르게
보수保守(질서 또는 통합하려는 힘)를 갈망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라를 통치하는 모든 형식과 제도는
보수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를 지배할 보수는 이전의 것과는
다를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보수도 달라야 한다.
민주주의의 이상인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흩어지지 않게
어우르는 구심력,
다양성이 혼란으로 흐르지 않게 조절하는 힘,
그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통치자로 뽑아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그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중앙집권적 통치를 기반으로 한다).
그것을 판단해야 하는 의무가 우리게게 주어져 있다.

 아무튼 오늘날 우리 사회는
조선 시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딱딱하게 굳어진 사회를
이완시켜야 하는 시기임에 분명하다.
영어 공용화 주장이 거론될 정도로 한국어의 존립 자체도
위협받고 있는 이 때에,
우리는 사투리를 통하여,
묶인 것을 풀며 다양성으로 향하는 거대한 우주의 원심력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식물이나 동물을 기를 때 처럼 말은 우리 마음대로 자라주진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의지와 아주 동떨어져 자라는 것도
아니다.
어떤 말이 살아 남고 사라지고는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호(입맛)에 따른 사용 인구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이제부터 표준말/사투리 혼식하는 식단을 차리자.
우리 아이들도 그 밥상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 막하(莫夏)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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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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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음 | 추천 0 | 11.01  
우왕 ㅋㅋㅋ 대단하네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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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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