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인터넷 언어 대유행… 국어 훼손이냐 언어 다양화냐
“아, 예. 아버지께 말씀드리기가 쪼까 거시기한디요, 둘이 밤새도록 허벌나게 거시기를 그냥 확….”
“이것이 거시기한다는 머시기여?”
“오래비들 앞에서 너무 거시기한 것도 너무 거시기한 것이다잉.”
영화 〈가문의 영광〉 등장인물이 내뱉는 사투리다. 대사만 봐서는 무슨 말인지 선뜻 알아듣기가 힘들다. ‘거시기’라는 사투리 때문 이다. 첫번째 거시기는 ‘꺼려진다’, 두번째는 ‘성관계’, 세 번째 는 ‘순결을 증명하는’, 네번째는 ‘너무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다섯번째는 ‘보기 민망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거시기’라는 전라도 사투리는 상황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들다.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저 무식한 표현법에 지나지 않지만 사용자에게 무척 편리한 것이다.
한국 영화를 보면 사투리가 하나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2000년 개 봉한 〈하면 된다〉에서 이범수는 천연덕스러운 충청도 청년의 역을 맡아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를 들려준다. 보험금을 위해 자신을 죽이 려는 가짜 친척이 마련한 극약을 먹고도 그 다음날 아침 “밥 안 먹 어유?”라고 천연덕스럽게 물어보는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는 무뚝뚝한 부산 ‘싸나이’의 말투를 들을 수 있다. 타지방 사람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대사도 많았지 만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말은 전국을 강타했고, 그 뒤로도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다.
2003년 들어서면서 사투리는 전국화 바람을 탔다. 그동안 사투리는 전라도·경상도·충청도가 중심이었다.
영화 〈선생 김봉두〉는 그동안 사투리 시장에서 소외돼 있었던 강 원도 사투리를 사용했다. 영화는 서울에서 강원도의 시골로 쫓겨난 주인공 차승원이 점차 궁시렁거리는 강원도 사투리를 배우는 모습을 통해 강원도 지역의 사투리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제 남은 지역은 제주도 한 곳뿐이다. 이밖에도 사투리를 주된 소재로 하고 있는 영 화는 〈첫사랑 사수궐기대회〉 〈똥개〉 〈황산벌〉이 있다.
▲영화 사투리 바람 TV에 영향
영화의 사투리 바람은 TV로도 이어졌다.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KBS의 〈개그콘서트〉는 ‘생활사투리’에 이어 강원도 사투 리를 사용하는 코너 ‘대단해요’를 만들었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이 사투리를 구사한다. 장나라와 배두나는 각각 SBS의 〈명랑소녀 성공기〉와 MBC의 〈위풍당당 그녀〉에서 충청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