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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동창회
바로그날 2011-08-12     조회 : 6008


아무튼 각설하고
 
제가 20대 중후반쯤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이야기입니다.
저희 둘은 인터넷 친목동호회(라고 쓰고 술동호회라고 읽는)에서 만났습니다.
 
술도, 사람도 좋아하는 저에게 그런 친목동호회는 퐌타스틱한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 여자를 만났는데 저보다 두 살이 어렸습니다.
체구는 작고(몹시..) 얼굴은보통인데 심하게 동안.......
어느 남자가 보아도 보호본능을 일으킬만한 여자였습니다.
 
그곳 정모와 번개모임에 하루가 멀다하고 나가면서 얼굴도장 찍고,
주말의 아침 태양을 함께 건배로 영접하면서 점점 가까워져갔죠.


그러다 사고가 터졌습니다
.
 
어느 날 번개모임에서 술 마시다가 사람들이 하나 둘 일찍 퇴장들 하고
저희 둘만 남아 정말 미친 듯이 술을 마시다 정신차려보니
모텔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자고 있더라구요. ;;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 다 옷은 입고 있었고,
제가 술을 이기지 못해 네 발로 기어다니는 것을(;;) 그 여자가 들쳐업고(?)
모텔까지 끌고 왔더라는 것입니다.
 
그 여자.. 아까도 말했지만 작습니다.
정말 작습니다.
제가 170중반인데 저와 키차이가 머리 한 개반쯤 차이가 납니다.
몸무게는 2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술이 깨고 나서 그 이야기를 듣는데
아마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아라곤을 들쳐업는 꼴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며,
심히 쪽팔렸습니다.
 
 

 

 

얘가 얼마나 힘들었을꼬..’하는생각보다
허걱. 내가 술취해서실수한 거 아녀?’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합니다.
 
하지만 저란 남자 얼굴에 500mm 강철판을 깔아놓은 남자.
솔직히 물었습니다.
내가 간밤에 실수한 것은 없었냐.
 
그랬더니 정말 활짝 웃으면서 껴안고 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술쳐자시고 코만 정말 쩌렁쩌렁 울리게 골며
죽은 듯이(코고는 시체도 있냐?;;;) 자더랍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제가 평소에도 잘 때 머리에 베고 자는 베개말고도
끌어 안고 자는 베개가 하나 더 있긴 하네요.
 
아무튼 쬐깐한 여자가 거구의 남자
(그때는 저는 거의 100키로에육박)를 들쳐업고
자기돈으로 모텔비까지 치르고 했으니 책임지랍니다.
 
@@?!?!

?!?!
 
제가 어버버거리면서 뭐 어떻게 책임지면 되겠냐고 하니
 
 
앞으로 정모, 번개 합쳐서 회비 5을저더러 내라고 하더군요.
한번에 평균 2만원쯤 냈었을때니 5번이면 10만원정도면 되겠다싶어서 오케이 했죠.
아무튼 그쯤에서 얘기를 끝내고 별 일은 전혀 없이 좀 더 자다가 각자 귀가했습니다.
 
그렇게 요상하다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조금 요상한 일로 인해
저희 둘은 전보다 더 가까워지게 되었고,
수시로 모임회비를 대신 내주는 것 때문에 동호회 사람들한테
둘이 무슨 사이냐며 꼬치꼬치 캐묻곤 했었죠.
그때마다 저희 둘은 정말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대꾸했습죠.
 
그제서야 주변 분들이 저희 둘이 진짜 사귀는게 아니라고 판단이 선건지
저희 둘을 레알 엮어주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주시더군요.
 
예를 들면 술모임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여기저기 로테이션하면서 술을 마시곤 하는데
저희 둘 사이에는 아무도 끼질 않는다던가..
제가 자리를 옮겨서 마시려하면 저한테는 자리를 안내준다던가..
일찍 파해서 저희 둘 따로 보내놓고 다시 또 모여 마신다던가..
.
.
.
잠깐...........이건 왕따잖아?
.
.
.
 


뭐 암튼... 
결국 그들의 의도대로 저희 둘은 사귀게 되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막내라 평소에도 애교가 많은 편인데 그녀는 맏이였으면서도 애교가 쩔었죠.

지금 여자친구도 저보다 한참 어리지만
애교라곤 어디 쌈싸서 폐기처분하셨는지....
하지만 뭐 여자친구가 애교없으면 어떻습니까?


제가 많으면 되는거죠.

:D

 
좌우간 사귀는 동안 단 한번도 싸우질 않았습니다.
싸울 이유가 만들어지질 않는데 어떻게 싸웁니까.
서로 한번 더 생각해주고, 말을 한번 하더라도 아주 잠깐만 생각하고말하면
말도 고웁게 나가는걸요.
 
말그대로부농부농하게사귀었죠.
결혼은 절....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제가
정말 심각하게,
프로포즈는 언제쯤,어떻게,
집은 어떻게 장만하고 등등의 갖가지 생각을 하고 정보를 알아보곤 했었으니까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초등학교 동창회에 몇 번 같이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동창회에서 어쩌다보니 큰 형님이 되어 모임이 있을 때마다 소환되고,
그러면서 저희 둘이 만났던 술사모모임에는 자연히 등한시 하게 되었죠.
나중에 정신차려보니 그 쪽 동창회인데,
제가 술집 알아봐주고동선 생각하고, 회비예산 짜고 있더군요.
,.
 
뭐 눈에 콩깍지가 씌이면 이까짓게 문제겠습니까?
이고 염통이고 다 내줄 판이었는데요.
그러면서 그 친구들의 전화번호쯤은 다 가지고 있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가 울렸습니다.
전 휴일에도 7~8시면 일어납니다.
전날 오라지게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이상,
저 시간에는 반... 일어납니다.
자는 시간이 아깝거든요.
 
어쨌든 전화를 받아보니 여자친구의 친구였습니다.
여자사람이죠.
 
그 친구가 저한테 좀 하게 나오라 하대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대답은 하지 않고 무작정 나오라고만 하더라구요.
무슨 일일까하는 궁금증은 들었지만,
저는 짚신벌레급 단세포입니다.
별 생각 안하고 나갔죠.
길바닥에서 만나긴 했는데 따라오랍니다.
역시 아무 생각없이 따라갔습니다.
 
아침이라 사람없는 유흥가 골목을 굽이굽이 따라 들어가는데 앞에 모텔골목이 보입니다.
이거 뭔가 몹시 이상하다 싶어서 불러세웠습니다.
 
나는 너랑 이 골목으로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구마?”
그랬더니 그 여자애.
눈에서 서슬퍼런 레이져를 뿜으며 안따라오면 정말 크게 후회할거랍니다.
쫄아서 따라갔습니다.
정말 이 모기만하게 쪼그라드는 걸 느꼈습니다.
그 골목에 들어서서 얼마 가지 않아 한 모텔을 가리키면서..
“오빠, XX알죠? 오빠여자친구소꿉친구라는 녀석.
걔랑 오빠여자친구랑 저기 있어요.”
 
별로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저희도 그렇게 만났었으니까요. :D
 
그래서 저도 그 애한테 얘기했죠.
우리도 그렇게 해서 만났었다. 별 일 없었다.
소꿉친구인데 별일 있겠느냐.
 
그 아이의 대답..
예전부터 둘이 썸씽이 정말 크게 있던 애들인데
딱히 사귀진 않고 모임있을 때마다 나왔다가 끝나고 갈 때
둘이 모텔에 들어가는걸 많은 친구들이 보았답니다.
그리고는 제 여자친구가 저를 데려왔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둘이 저러는 걸 저 남자친구는 알고 있을까?"
"알면 까무라칠텐데.”하고 말이죠.
 
저는 그것도 모른 채 마냥 좋다고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줬던거죠.
뭐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내주지 않아도 서로 성격이 잘 맞은 것 같긴 했지만.....;;
 
 
근데 이상하게 그 얘기를 들으니 머릿속이 조용해지고 차분히 가라앉더라구요.
, 가 정말 많이 난 상태였습니다.
아마 군대에서도 그렇게까지 친 적은 없었을겁니다.
그래서 제 앞에서 열심히 장황하게 설명하는 그 아이의 말을 끊고
얼른 네 볼일 보러가라고 했습니다.

그 아이를 보내고 나서 골목길 한구석에 서서 담배만 주구장창 피우면서 기다리는데...
한 두시간쯤 지나고 나서 제 여자친구와 그 남자애가 나오더군요.
둘이 팔짱끼고 가는 걸 뒤에서 어깨를 톡톡.
 
 
불러세웠습니다.
 

 

 
 
아앜ㅋㅋㅋㅋㅋㅋㅋ
경악이란 표정이 그런건지 그때 제대로 봤습니다.
TV에서 나오는 경악한 표정따윈 비교도 안되더군요
레알 레알했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제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전날 술이 과해서 자기가 또 애를 업고 저 곳에 들어간 거라고 말이죠.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너희들이 여기에 있는 거 내가 어떻게 알고 왔을까?”
그 말에 여자친구의 얼굴은 막걸리 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거 아니라고 몇 번을 강조하는 여자친구의 모습에서
지나친 부정은 강한 긍정이 된다는 걸 새삼 느끼고 조용히 말했죠.
너희 둘이 오랫동안 심각한 사이였다는 것까지 얘기해준 사람이 있었다라고 말이죠.
 
누구냐고 묻습디다만 제가 말할 리 없죠.
전날 그 모임에 나온 사람이 대략 10명에 가까운데
그 중에서 누구일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만 했습니다.
열심히 변명하는 여자친구의 말을 자르고
옆에 서 있던 정체모를 길다란 생물에 눈을 돌렸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그 정체모를 생명체에게 딱 한마디 더 했습니다.

“큰형님
? 옘병.”
 
그리고 나서 여자친구에게 저는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네가 내 말대로만 하면 다시는 이 일에 대해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 건 물론이고 기억에서조차 지워주겠다.
그럼 우린 원래대로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어.
너도 내 성격을 알고 있으니까 그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걸 알꺼야.
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단세포니까.
내 제안은 이거야. 처음으로 돌아가줄테니 다시는 동창회 나가지도 말고
이 친구와도 연락끊어. 이거 생각하는데 사흘줄께.
그 사흘동안은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 곰곰이 생각해봐.
그럴 마음이 있으면 연락하고 그럴 생각없으면 다시는 연락하지마.”
 
그리고 바로 뒤돌아서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어떻게 되었냐구요?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ㅁ;
 
오히려 저한테 그 사실을 알려준 여자애가 연락이 오더군요.
어떻게 되었냐. 괜찮으냐. 어디냐나오라.....
귀찮았습니다.
술사모도 귀찮았고,
여자친구에 대한 생각도 귀찮았고,
그 사실을 알려준 여자애한테 연락이 오는 것도 귀찮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헤어지자마자 잊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찾는 저였는데
익숙한 습관마저도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직장과 집만 오가는 로봇이 되었죠.
 
하지만 저도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고,
다시 찝쩍질의 대마왕으로 복귀한 저는
다른 사람을 몇 더 만나다 2년전쯤 지금의 여자친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지금 여자친구와 만난지 얼마 안된,
재작년 말쯤 알지 못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었습니다.
무심코 받은 그 전화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 그때 그녀였습니다.
잘 지내느냐고 묻더군요.
잘 못지낼 껀 또 뭐랍니까. .
그냥 그럭저럭 잘 지낸다는 상투적인 말로만 대꾸했었죠.
그렇게 몇마디 주고받다가 요즘 뭐하냐길래
그냥 일하고 퇴근하고 주말엔 여자친구 만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몇 살이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사실대로 이야기 했습니다.
 
"아직 17살이야."
 
잠시 아무 말이 없더니 농담하지 말라더군요.
진짜라고 했더니 그럼 이쁘겠네.”라고합니다.
 
그래서 마저 확인사살 시켜줬습니다..


어리니까 당연히 이쁘지.

 


그렇게 전화는 끊어지고 다시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알아요.
여자한테 나이로 염장질하는 거
기분 숭악한 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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