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샤마 살레봐 락어워드,
킬리안 피셔버 라스포티바 컴피티션어워드 수상
지난 9월 4일, 아르코에서 있었던 아르코 락레전드에서 등반계의 전설인 크리스 샤마(Chris Sharma)가 살레봐 락어워드(Salewa Rock Award)를, 최근 몇 년간 볼더링 부분에서 최고의 등반을 해온 오스트리아의 킬리안 피셔버(Kilian Fischhuber)가 라스포티바 컴피티션어워드(La Sportiva Competition Award)를 각각 수상했다.
암벽등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우는 아르코 락레전드는 지난 해 7월부터 금년 7월 사이, 등반계에서 탁월한 등반을 한 사람을 선정하였고 아르코시의 카지노극장에서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대형극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과 아르코 락마스터에 초청된 각국 선수들, 그리고 전세계 17개 산악전문잡지에서 파견된 심사위원들이 참가했으며 이탈리아 국영방송의 생방송도 이어졌다.
살레봐 락어워드의 후보는 다니 안드라다(Dani Andrada), 마르쿠스 보크(Markus Bock), 15세의 어린 나이로 지난해 수상자였던 아담 온드라(Adam Ondra), 그리고 지난해 라스포티바 컴피티션 수상자인 마야 비드마르(Maja Vidmar)다. 한편 라스포티바 컴피티션어워드의 후보로는 지난해 모든 월드컵대회를 우승했던 오스트리아의 요한나 이른스트(Johanna Ernst), 지난해 후보였던 오스트리아의 미인 볼더링 선수 안나 스토(Anna Stohr)가 등장했다.
심사는 17개 산악전문잡지와 아르코관광성에서 일하는 산악인 파브릿지오 미오리(Fabrizio Miori) 심사위원장, 산악인이며 이탈리아 국영방송의 PD인 죠르지오 발두치(Giorgio Balducci) 부위원장의 선서로 시작되었다. 수상자로 결정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배가 고팠다. 그가 드디어 심사에 응했고 아르코에 왔다. 그는 바로 등반계의 전설이다. 그는 이 상을 더욱 빛내주는 수상자가 될 것이다.” 크리스 샤마가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라스포티바 컴피티션 수상자 선정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국제등반대회에서 월등한 성적을 거둔 후보가 수상자여서 이론상으로 보면 당연히 요한나 이른스트가 수상해야 되지만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에게는 앞으로도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녀가 이번에 수상한다면 그녀의 등반 발전에 역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난이도등반대회를 여러 번 우승한 사람과 볼더링대회를 여러 번 우승한 사람을 두고 누구를 시상해야 하는지는 매우 심각한 토론을 해야 한다. 컴피티션 상을 두 개로 만들어 하나는 난이도, 다른 하나는 볼더링 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거의 한 시간이 넘는 토론 끝에 볼더링 부분에서 작년과 금년에 후보로 오른 오스트리아의 킬리안 피셔버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컴피티션어워드는 대회성적도 중요하지만 등반가가 보급한 등반문화와 스타일리쉬한 등반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그를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살레봐 락어워드는 하이너 살레봐 대표가, 라스포티바 컴피티션어워드는 로렌죠 라스포티바 대표가 무대에 올라와 소감을 발표하며 시상을 했다. 아르코 락레전드는 창의적인 등반경기와 암벽등반에서의 진취적인 문화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었다.
김자인 선수
락마스터 대회에서 인기 독차지
9월 6일 막을 내린 아르코 락마스터대회에서 한국의 김자인(고대체육교육과·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선수가 두엘라 경기에서 우승했다. 락마스터대회는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대회 우승자와 준우승자 등 상위 랭킹 선수들을 초청해서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왕중왕전이다.
김 선수는 암벽등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난이도 경기에서 3위를 했고 바로 열린 두엘라 경기에서 우승을 했다. 상대는 오스트리아의 안겔라 에이터다. 안겔라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 난이도경기에서 우승하며 역대 락마스터대회 난이도 부분 5회 우승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김 선수는 두엘라 결승전에서 안겔라를 엄청난 속도차로 따돌리며 만여 명이 넘는 관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두엘라 경기는 난이도 경기에서 1~4위를 한 선수들이 1위와 3위, 2위와 4위 등 두 개조로 나뉘어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각 조에서 승리한 선수끼리 결승 경기를 한다.
김 선수는 올해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대회에서 메달을 땄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여 2등만 4번 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그간의 안타까움을 관중들의 환호성에 모두 날려버렸다. 김 선수의 그동안 성적은 2006년 싱가폴월드컵 5위, 2009년 IFSC 볼더링월드컵 2위, 2004∼2008년 IFSC 아시아챔피언십 우승, 2007년 IFSC 클라이밍월드컵 3위, 2009년 IFSC 클라이밍월드컵 2위, 세계선수권 2위를 기록했다.
아르코 락마스터 진행위원장이며 이탈리아 <플래닛마운틴>의 수석기자인 스테파넬 비니치오씨는 “아르코 역사상 이렇게 긴박하고 열광적인 두엘라 경기는 처음이다. 7c+의 고난이도 벽에서 180도의 천정을 달리기하듯 올라야 하는 경기에서 한국의 김자인 선수는 마치 아시아의 고전 무용을 하듯 올라갔다. 김 선수는 5회 우승이란 초유의 기록을 세운 오스트리아의 안겔라를 울리고 말았다.”
독일 <크레탄>의 이겔르 퀼러 편집장은 “김 선수는 마치 홍콩영화에서 동양무술을 시범 보이듯이 유연하게 세계 최강의 5년 연속 우승자를 제치고 우승하는 이변을 낳았다.”고 평했으며, 오스트리아 <베네>의 베르딕 크리막스 편집장은 “세계가 놀랄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안겔라는 오스트리아의 영웅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영원무역의 성기학회장도 유럽 출장 중 이탈리아와 독일 현지직원 9명과 함께 김 선수의 경기를 응원했으며 체계적인 선수 지원책을 세우겠다고 격려했다. 라스포티바의 로렌죠 사장도 김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로 자랄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하겠다며 신발과 후원을 약속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이변도 있었다. 지난해 락마스터대회 난이도 우승과 지난 일년간 국제대회 난이도등반경기 우승을 휩쓴 요한나 이너스트와 스페인의 팍시 우소비아가가 난이도 결승전에서 스타트 지점을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선수 모두 추락한 것이다.
특이 사항으로는 지난해까지 경기등반에 출전하지 않았던 슬로베니아의 천재 소년 아담 온드라가 경기에 출전하여 수많은 관중들을 흥분시킨 일이다. 그의 등반 모습은 마치 잘 연출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많은 관중 앞에서 등반하는 것이 익숙하지 못한 아담은 결정적인 골인 순간에 실수를 거듭 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대회장에서 인기가 많았고 앵콜을 받기까지 했다.
이번 대회는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중 가장 큰 수확은 역대 대회 중 최다 관중 동원일 것이다. 락마스터대회는 진행 수입을 위해 관중들로부터 매우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고무적인 성과였다. 그 이유로는 첫째, 천재 등반가 아담 온드라가 경기에 참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알차고 흥미진진한 경기운영 방식이었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인기 비결은 아마 한국의 작은 거인, 김자인 선수의 등장이었을 것이다. 두엘라 결승전에서 안겔라를 소개한 후, 김 선수를 호명하자 안겔라를 응원하는 소리의 거의 두 배가 넘는 환호성이 터졌다. 김 선수의 얼음보다 차거운 듯한 경기운영, 만여 관중의 열렬한 응원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는 듯한 냉정한 집중력이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른 선수보다 유난히 키가 작은 김 선수는 동양 선수들의 장점인 유연함으로 서양 선수의 키와 손, 발 길이에 맞게 세팅된 루트를 마치 고전 무용을 하듯 차분히 올라 많은 감동을 남겼다. 클라이밍을 하면서 넓어진 어깨 때문에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다는 김 선수의 넓은 어깨가, 이제는 암벽등반 월드 대회의 미래를 지고 나갈 힘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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