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빵을 좋아해 '빵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진하 씨는 집 근처는 물론이고 직장 근처 빵집에 자주 들른다. 특정 브랜드의 모카빵을 특히 좋아하는 박씨는 집 근처에서 구매를 선호한다.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인 집 근처 빵집에서 사지 못한 날은 어쩔 수 없이 강남에 있는 빵집에서 300원을 더 내고 구매하기도 한다. 전국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주요 프랜차이즈 빵집이 약 6000곳 있다.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빵집의 같은 빵의 가격이 모두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은 부동산 임대료나 인건비 등에 따라 가맹점주가 빵값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는 합법적인 운영 방식이다. 공정거래법 제29조 '재판매가격 유지 행위 금지조항'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물건을 팔고 난 뒤 판매 가격에 관여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격 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기자가 서울 왕십리역, 건대입구역, 삼성역, 강남역, 서초역, 신림역, 대림역, 문래역 근처에 소재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직접 방문했다.
실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같은 제품일지라도 매장별로 가격이 달랐다.
일반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빵값이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싼 곳과 비싼 곳의 가격 차이는 15~21%에 달했다.
파리바게뜨 삼성역점의 '부드러운 연유 브레드'는 5800원, 왕십리점에서는 4900원이었다. 뚜레쥬르의 '낙엽 소시지 브레드'는 강남점에서 2700원, 신림사거리점에서는 1800원이다.
이보다 가격 차가 크지 않은 제품들도 있었다. 단팥빵, 소보루빵 등 기본 제품이 주로 그랬다. 파리바게뜨 단팥빵은 문래역점과 서초역점이 각각 1400원으로 같았다. 뚜레쥬르의 슈크림빵도 문래역점은 1400원, 삼성역점은 1600원으로 가격 차가 크지 않았다.
유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만 매장별로 가격이 다른 이유는 빵이 저마진 제품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도넛이나 아이스크림, 커피 등은 마진율이 어느 정도 나오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이 통일성을 유지하고자 소비자 권장가격을 지키는데, 빵은 마진율이 워낙 낮아 가맹점주들이 빵값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빵집 가맹점주들은 주로 지역 특성과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등을 반영해 빵값을 정한다. 서울 강남역 주변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지역 전체의 물가와 임대료가 높으니 빵값도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역 인근 점주 김모씨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도 빵값을 높게 책정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도 오른 판에 권장판매가에 맞춰 장사하면 인건비, 임대료 다 내고 남는 게 없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도 빵값이 다 동일하면 관리하기 편하겠지만, 법에 따르면 우리가 관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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