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한강 훼손 시신' 사건의 피의자 장대호(39)가 21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취재진 앞에서 "전혀 미안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대호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구속 수감된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를 나서 사건을 수사하는 고양경찰서로 향했다. 약 10분 뒤 고양서에 도착한 장대호는 남색 반팔 상의에 회색 반바지를 입고 호송차에서 내렸다. 전날 경기북부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장대호의 신원을 밝히며, 앞으로 장대호에게 마스크를 씌우지 않는 방식으로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21일 오후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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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얼굴로 취재진 앞에선 장대호는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유치장에서 많이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취재진이 "유족들한테 미안하지 않느냐"라고 재차 물었으나 "전혀 안 미안하다"고 답했다. 장대호는 또 "시신은 모두 같은 장소에 버렸다"고 했다.
경찰이 장대호의 말을 끊고 고양서로 끌고 가자, 장대호는 "왜 말을 못 하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려시대에 김부식의 아들이 정중부의 수염을 태운 사건이 있었다"며 "정중부는 이 원한을 잊지 않고 있다가 무신정변을 일으킨 그 당일 (김부식의 아들을) 죽였다. 남들이 볼 때는 장난으로 수염을 태운 일이지만 당사자한테는 상대방을 죽일 만큼 큰 원한인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피해자가 반말을 하고 모텔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이 살해할 만큼의 원한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대호는 앞서 지난 1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취재진 카메라 앞에서 큰 소리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너(피해자) 또 죽는다"고 막말하기도 했다. 장대호는 경찰조사에서도 "피해자가 반말을 하며 시비를 걸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는 등 기분 나쁘게 해서 살해했다"고 진술하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후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장대호가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김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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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장대호는 지난 8일 자신이 일하는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투숙객 A(32)씨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시신을 훼손한 뒤 지난 12일 새벽 자전거를 타고 1시간 가량 한강변을 돌며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2일 서울한강사업본부 직원이 경기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남단에서 머리와 팔다리 없이 몸통만 있는 한 남성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16일 몸통 시신이 발견된 지점에서 약 5㎞ 떨어진 고양시 행주대교 남단에서 오른쪽 팔을 발견, 여기서 장대호의 지문을 확보하고 수사망을 좁혀갔다.
장대호는 지난 17일 새벽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수했다. 당초 장대호는 서울지방경찰청을 먼저 찾아 자수하려 했는데, 경찰이 "인근 종로경찰서로 가라"며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은 당시 근무자를 상대로 감찰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