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가 지나간 서울 잠실에서 가로수가 쓰러져 차들이 우회하고 있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로 북상하는 가운데 4일 오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항에 선박이 피항해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예상대로 강한 태풍의 세력을 유지하면서 서해로 북상할 전망이다.
태풍 링링이 북상을 계속할 경우 수도권을 직접 강타하는 태풍은 2010년 9월 2일 새벽 인천 강화도에 상륙했던 곤파스 이후 9년 만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풍이 언제 어디로 접근할 것인지, 태풍이 어느 정도까지 세력을 유지할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상청의 예상대로라면 순간 최대 시속 160㎞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큰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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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최대 고비는 7일 오후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선 태풍이 한반도에 가장 근접하는 시기는 오는 7일이 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태풍이 7일 새벽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7일 낮에 서해 상으로 이동하고, 7일 밤에는 황해도나 경기 북부 서해안 부근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일 오후 현재 태풍은 시속 5㎞ 안팎으로 느리게 북상하고 있다.
천천히 이동하면서 세력을 키우는 상황이지만 워낙 속도가 느려 한반도가 태풍 영향권에 드는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서쪽에서 위치한 건조한 공기가 태풍 속으로 빠르게 유입될 경우 태풍의 세력이 약해질 수도 있고, 이동 경로도 다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일단 태풍 링링이 2010년 곤파스나 2000년 쁘라삐룬에 비해 육지에 더 붙어서 북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때보다 강풍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도와 남해안, 서해안 등지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5~45m(시속 126~162㎞)에 이를 전망이다.
'보퍼트 풍력계급'에 따르면 초속 28.5∼32.6m인 '왕바람'이 불면 큰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건물이 쓰러진다.
또, 초속 32.7m 이상인 '싹쓸바람'이 불면 배가 전복될 수도 있다.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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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유지 관건은 해수 온도
| 제 13호 태풍 '링링'이 4일 오후 타이완 동쪽 해상에서 천천히 이동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다. [자료 미 해양대기국(NOAA)]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반도로 접근하는 태풍의 세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닷물 온도다.
기상청은 태풍이 북위 30도 부근, 즉 일본 오키나와 서쪽 해상을 지나는 6일 오후까지는 수온이 높은 구역을 지나면서 세력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반도로 접근하면서 태풍의 세력은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태풍이 서해로 북상할 경우 저층의 찬물이 표층의 따뜻한 물과 뒤섞이면서 세력이 급격히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가을장마로 인해 한국과 중국에 많은 비가 내린 게 변수가 될 수 있다.
태풍 전문가인 제주대 문일주 교수는 "중국에 내린 폭우로 인해 다량의 민물이 양쯔 강을 통해 바다로 들어오면 바닷물에 성층화 현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태풍이 북상하더라도 저층의 찬 바닷물이 올라오지 못할 수도 있고, 이 경우 태풍의 세력이 좀 더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의 기류도 태풍 세력 유지에 영향을 미친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태풍 링링의 예상 이동 경로 앞쪽으로는 연직 시어(Shear)가 약해 태풍 세력이 발달하거나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연직 시어가 커지면, 즉 상층과 하층의 바람 방향이나 속도가 차이가 나면 태풍이 약화하거나 태풍의 상하층이 분리되지만, 연직 시어가 약하면 태풍 발달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문 교수는 "태풍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를 파고드는 것도 세력 유지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태풍은 보통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이번에는 서쪽에 티베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있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를 통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태풍이 북상하면서 넓게 퍼지고 세력도 약화하는데, 두 고기압 사이를 지나면서 작고 단단해져 세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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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이동 빨라지면 바람 피해 커져
|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이 제13호 태풍 '링링' 현황 및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태풍의 이동 속도도 세력 유지나 바람 피해 발생과 관련이 있다.
한반도 주변으로 북상한 뒤 태풍 이동속도가 느려지면 세력이 급격히 약해진다. 대신 한반도 주변에 오래 머물게 돼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경우는 비 피해가 클 수 있다.
반면 한반도 부근에서 태풍이 빠르게 이동할 경우 비 피해는 적겠지만, 바람 피해는 커질 수 있다.
문 교수는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서는 태풍의 중심에서 부는 강풍에다 이동속도까지 더해져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게 된다"고 강조했다.
| 2003년 일본 오키나와 부근을 지나 북상 중인 태풍 매미.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2002년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는 태풍 루사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가을 태풍 중에서도 지난 2003년 9월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매미'의 경우 경남 남해에 상륙해 강원 북부로 빠져 나는 사이에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35m 이상을 보였고,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초속 45m가 넘는 매우 강한 바람도 나타났다.
이에 앞서 2002년 8월 말과 9월 초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루사는 1904년 기상관측 개시 이래 가장 많은 하루 강수량(강릉 870.5㎜)을 기록하면서 5조2622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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