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27일 화요일 새벽.
산속 절에서 기거하던 어머니가 아들의 전화를 받고 두 내외가 사는 울산의 아파트로 달려왔습니다.
부부가 다툰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서는 직접 훈계를 시작합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질책의 무게가 어머니를 호출한 아들보다는 며느리에게 기울지 않았을까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멀쩡한 아들과 달리 술에 취해 있던 며느리의 상태도 한몫했던 거 같습니다.
평소 고부 갈등이 있었는지, 아니면 부부싸움을 말리기 위해 새벽녘 아들 전화 한 통에 내외가 사는 집에 불쑥 찾아온 어머니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훈계를 듣던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욕설을 날립니다.
두 사람 간의 언성도 자연히 높아졌습니다.
화가 난 며느리, 안방으로 들어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말리려고 휴대전화를 뺏으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고부간의 몸싸움도 벌어집니다.
이때가 새벽 6시쯤.
분이 풀리지 않은 며느리는 집 밖으로 나가 경찰에 신고했고, 시어머니가 신고를 못 하게 휴대전화를 뺏는 과정에서 자신의 양팔과 옷자락을 잡아당겼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른 아침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이 소동은 검찰의 기소로 이어졌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남의 가정사다 보니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술이 깬 이후에도 며느리가 소를 취하하지 않아 법정으로 간 것을 보니 감정의 골이 꽤 깊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8개월 정도 지난 그해 11월, 1심 재판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시어머니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울산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며느리를 말리는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이 가정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의사로 인한 것으로 비추어 봤을 때 형법 20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 있다"라며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형법 20조를 보면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나옵니다.
다시 말해, 시어머니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한 일이었다는 겁니다.
검찰은 그래도 정당한 112신고를 저지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빼앗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항소했지만, 지난 6월 재판부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행동이 폭행죄에서 말하는 불법적인 폭행의 범의를 가진 폭행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기각했습니다.
사건 당시 시어머니의 나이는 60세, 며느리는 30대 중반이었습니다.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환갑을 앞둔 시어머니를 법정에 세운 고부 사이의 깊어진 감정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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