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질병이나 사고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남겨진 반려동물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해외에서는 반려동물에게 큰 유산을 남겼다는 뉴스가 종종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국내에서도 최근 반려인이 세상을 떠날 것을 대비해 반려동물을 위해 일정 금액을 금융기관에 맡겨두는 신탁 서비스 등이 나와있지만 아직은 일부에서만 이용하는 수준입니다. 여전히 가족이 떠난 후 남겨진 반려동물들은 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이지요.
올해 초 부산 남구청에 위치한 한 가정집에 가족이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몰티즈 한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이웃 주민과 구청 복지담당 공무원은 급한 대로 몰티즈를 돌보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 부산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올해 개정된 부산시 동물보호 조례에는 소유자 등의 사망으로 적정한 보호를 받기 어려워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동물을 ‘긴급보호동물’로 정의하고, 긴급보호동물에 대한 인수와 보호, 분양이 가능한 동물복지지원센터를 부산시가 설치,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에 구조된 몰티즈도 긴급보호동물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요, 아직 센터 설치에 따른 예산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 아쉬움이 크지만 앞으로 남구청, 동물자유연대가 협의해 센터 설치를 구체화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몰티즈를 구조한 후 협력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2.6㎏ 작은 체구의 몰티즈는 다행히도 검진 결과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는데요. 하지만 두려움과 혼란에 많이 위축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 들어와 지내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초은이(5세ㆍ암컷)이라는 새 이름도 얻었지요.
초은이는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릅니다. 친해지고 나면 폭풍애교도 부리는데요. 반면 개 친구들과는 잘 지내지 못한다고 해요. 조은희 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는 “초은이는 그저 사람 품에 안겨 있길 좋아하는 사람바라기”라며 “사람이 없으면 불안해 하기도 해 집을 오래 비우지 않고, 다른 반려견이 없이 초은이만 사랑해 줄 가족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한 번 가족을 잃은 초은이. 그래서인지 사람의 사랑을 더 갈구하는지도 모릅니다. 애교쟁이 초은이의 평생 가족을 찾습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