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 영화에서 배우 송강호가 맡은 주인공 박두만 형사가 사건 현장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내뱉은 대사다.
박 형사가 언급한 '박 기자'는 가상 인물이 아닌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1986년 9월∼1991년 4월)을 취재했던 박두호(67) 당시 경인일보 기자다. 영화에 배역을 맡아 등장하지는 않지만, 송강호의 대사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이다.
1986년 사건 발생 초기부터 1991년 마지막 사건까지 집요하게 현장 곳곳을 누빈 그는 영화 속 대사처럼 형사들 사이에서 꽤 '성가신 존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용의자와 일대일로 면담한 것은 물론, 피해자 부검 현장에도 참관하는 등 수사관들과 사실상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제작발표회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전 기자의 이름 석 자는 살인의 추억 엔딩 크레딧에도 등장하는데, 영화를 제작하기에 앞서 그에게 직접 자문했던 봉준호 감독의 '감사 인사'였던 것이다.
사건 발생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박 전 기자는 피해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발견된 범행 장소, 수사관들의 이름 등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박 전 기자는 21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이 화성 사건 유력 용의자를 특정했다는 소식에 개인적인 소회를 강조하기보다 '범인의 실체'를 놓고 취재 기자로서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생각을 공유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박 전 기자는 "이번에 특정된 용의자가 전체 사건에 전부 관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몇 차 사건인지 정확히 꼽을 수는 없으나, 전형적으로 한 명의 범행 수법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화성에서 여성이 살해되면 연쇄살인 리스트에 추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범행 수법이 무서울 정도로 동일한 사건은 이 중 4∼5개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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