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배송된 택배 상자가 빗물에 젖어 안에 있는 물건까지 못 쓰게 된 경우, 고객이 배송 과정에서의 파손을 이유로 반품하게 되면 택배 기사 월급을 깎아서 변상해 주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오 모 씨/택배기사 : 어떤 분들은 우산을 쓰고 하면 되지 않냐 얘기를 하시는데 물건을 들어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고요.]
고객 입장에서는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책임을 떠안게 되는 사람은 바로 물건을 배송한 택배기사입니다.
[오 모 씨/택배기사 : 클레임은 저희가 다 떠안아야 하는 거니까… (상품 가격이) 20만 원쯤 됐어요. 이제 월급에서 그거 제하고 나오는 거예요.]
기상악화로 물건이 젖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사 측에 아무리 소명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합니다.
[김진일/택배 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 : 기사들 입장에서는 기상 악화로 배송도 힘든 와중에 사고, 파손 물품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니까….]
택배가 물에 젖었을 뿐 아니라 원인 모를 파손과 분실에도 기사가 일정 부분 비용을 물어낸다고요.
[오 모 씨/택배기사 : 제가 아침에 물건을 받았는데 (파손이 심해) 고객이 안 받겠다 싶은 건 화물사고 신고서라고 해서 사진을 찍고 다 전송을 해요. 그래야만 클레임(벌금)이 덜 떨어져요. 아예 안 떨어지는 게 아니고.]
자기 잘못이 아닌 파손, 분실도 기사가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택배회사마다 규정은 조금씩 달랐지만 귀책사유를 따져서 회사나 기사가 변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규정과 현실은 다르다고 합니다.
[김진일/택배 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 :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대체적으로는 다 기사들이 부담을 하죠.]
[오 모 씨/택배기사 : 저희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대부분을 중의 을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당신 사업인데 알아서 책임져야한다' 그렇게만 얘기하면 '아 개인사업자라 어쩔 수 없지 뭐…' 이런 식이 되어버리니까.]
[이상목/변호사 : 택배를 의뢰하신 분 같은 경우엔 택배사한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은 큰 피해는 없지만 택배사에서 (택배기사님에게) 구상권을 행사해버리니까요. 구조적으로 택배 기사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 장치를 마련하는 수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지난해 택배 물량은 25억 4천300만 개, 늘어나는 택배만큼 기사들의 처우도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 택배기사가 고객이 반품한 신발값 물어낸 이유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440528&plink=OLDUR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