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진료 도중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사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의사자 지정이 불발됐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구하지 않았다는 게 의사자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열린 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에서 임 교수는 의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의사상자심의위는 당시 상황이 찍힌 CCTV를 확인한 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의사자 지정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의사자와 의상자 등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람이다. 사망한 사람은 의사자, 부상을 입은 사람은 의상자로 구분한다.
사건 당시 임 교수는 환자의 흉기에 가슴을 찔린 상황에서 도망치기보다 간호사 등 동료 직원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치며 위험을 알렸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임 교수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6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길 소망한다”며 임 교수를 의사자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의사상자심의위는 동료 직원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친 행위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직접적 구제행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컨대 불이 난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한다거나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하는 행위가 직접적 구제행위로 인정되는데 임 교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며 “심사위원들의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유족은 의사자 불인정 결정에 반발해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 의사자인정 거부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면 위원회가 재검토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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