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진 지역이 계속 늘어나면서 숨죽이며 사태를 주시하던 돼지고기 관련 업계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도·소매 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이동중지명령이 연장돼 돼지고기 공급이 줄면서 가격까지 급등해 상인과 소비자 모두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김태민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공포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국에 상륙한 지 열흘째!
서울에서 가장 큰 축산시장 가운데 한 곳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은 경매장에서 들여온 돼지고기를 1차로 가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곳인데요.
시장 상인들의 사정은 어떤지 들어보겠습니다.
한창 작업이 이뤄질 시간인데도 돼지고기를 손질하는 상인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전복순 / 돼지고기 도매상인 : 오늘도 돼지(고기) 사려 했더니 작업 안 한다고. 물량이 없어요, 지금. 걱정이지, 물가는 자꾸 비싸지고….]
주로 경기도권에서 들어오던 돼지고기가 뚝 끊겨 작업할 물량 자체가 아예 없는 상황인 겁니다.
[축산시장 상인 : (돼지고기가 들어오나요?) 아니요. 지금 작업 전부 전국적으로 안 하는 거 같은데요, 돼지.]
그러다 보니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치솟고 있지만, 거래처 계약을 끊을 수 없어 당장 납품 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습니다.
[김무기 / 돼지고기 도매상인 : 돼지를 한 마리 다 팔아도 70만 원 값이 안 나와요. 그래서 지금 정육업 하는 사람들이 돼지 장사를 할 필요가 없다. 팔면 밑지니까….]
이처럼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가격 역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사정이 힘든 건 도매시장뿐이 아닙니다.
동네 정육점 상황은 어떤지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대표적 서민 먹거리인 삼겹살의 가격이 바로 영향을 받았는데, 발병 전 600g에 만 4천 원 하던 게 만 6천 원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지종원 / 정육점 사장 : 10년 만에 최고죠. 2천 원 오른 건. 조금씩 올라서 2천 원까지 오른 적은 있는데, 한 번에 2천 원 오른 건 처음이죠.]
동네 정육점은 그야말로 울상입니다.
[명경진 / 정육점 사장 : (손님들이) 다 솟값이라고 하죠. 예전 같으면 솟값하고 돼짓값 가격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났는데 지금은 (삼겹살이) 웬만한 소고기값이라고….]
특히 도·소매 시장의 비축 물량이 바닥나는 이번 주 후반이 돼지고깃값 추가 인상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만큼 양돈 농가는 물론, 도소매 상인들과 소비자들 모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