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구속기소)의 의붓아들(4)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고유정의 단독 범행으로 최종 확정했다.
지난 3월2일 고씨의 의붓아들이 숨진 뒤 6개월여 만이다.
범행 도구 등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고씨의 현 남편에서 검출된 수면유도제 성분과 의붓아들 사망 전후 고씨의 행적 등 다수의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결론이다. |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woo1223@newsi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30일 살인 혐의로 입건한 고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와 A씨에 대한 대면조사와 대질조사, 프로파일러 분석 등을 통해 고씨를 살인 혐의 피의자로 최종 결론냈다"며 "다만, 정황 증거 외 직접 증거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6월 초 고씨를 살인 혐의, 고씨의 현 남편 A(37)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입건한 뒤 최종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벌여왔다.
당초 A씨의 과실치사 혐의에 무게를 두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물 감정 결과와 범행 전후 고씨의 행적,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의 수사자료 분석,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판단했다.
다수의 프로파일러와 전문가는 고씨가 의붓아들과 전 남편을 새 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차례로 살해한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19.09.02. woo1223@newsi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씨는 의붓아들 B군이 숨지기 전날 저녁 A씨와 B군에게 전 남편과 같이 카레를 먹였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 살해 수법과 유사하게 카레나 음료수 등의 음식에 수면제 성분을 넣은 뒤 A씨가 잠든 틈을 타 B군을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군이 10분 넘는 외부 압착에 의해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고씨는 지난해 11월 A씨와의 사이에서 첫 번째 유산을 한 뒤 불면증을 이유로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지난 2월 두 번째 유산을 했다.
경찰은 지난 5월25일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6월1일 긴급체포된 뒤 B군에 대한 수사를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A씨의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으나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졸피뎀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후 국과수 추가 분석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고씨는 국과수 감정을 거부했다.
경찰은 고씨의 휴대전화에서 의붓아들이 숨진 당시 고씨가 잠에서 깨어 있던 정황도 포착했다. 고씨는 제주에서 진행된 B군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청주의 자택에서 B군의 혈흔이 묻어있던 이불을 모두 버렸다.
고씨의 현 남편 A씨는 지난 6월13일 제주지검에 고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고씨는 7월22일 "자신을 살인범으로 몰아간다"며 현 남편 A씨를 명예훼손과 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고씨 부부는 그동안의 경찰 조사에서 서로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A씨의 잠버릇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를 의심했으나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한 결과, 고씨의 살인 혐의로 최종 판단했다"고 말했다.
| 【서울=뉴시스】지난 27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비말과 거짓말-고유정은 왜 살인범이 되었나?'라는 타이틀로 고유정의 체포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게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영상 캡쳐. 2019.07.28. (사지=SBS 캡쳐) photo@newsis.com |
A씨의 아들 B(4)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 작은방 침대에서 A씨와 함께 잠을 자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방에 있던 고씨는 A씨의 요청을 받고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 도착 당시 B군은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던 상태였다.
국과수는 부검을 통해 B군의 숨진 시각을 오전 5시 전후로 추정했다. 사인은 '10분 이상 전신의 강한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판단했다. B군이 잠을 잤던 침대에서는 B군의 혈흔이 발견됐다.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B군은 지난 2월28일 청주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B군을 고씨의 친아들(6)과 함께 청주에서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A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았다.
고씨는 5월25일 제주로 내려가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6월1일 청주의 자택에서 긴급체포됐다. 그는 살인,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돼 제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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