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국민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지역 제한을 폐지하고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원 지사는 1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 재난지원금의 지급처와 사용방법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이 크다”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 정부가 13일부터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지급처와 사용방법 때문에 국민들의 불편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 개선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원 지사는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 하지만, 사용기간과 지역을 제한한 것으로 인해 정책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정책 사각지대의 가장 큰 문제로 ‘주소지 기준’을 들었다. 정부 재난지원금은 지난 3월 29일 현재 세대주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신청·지급하도록 기준이 정해진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3월 29일 이후 제주도로 주소지를 옮긴 경우에는 지원금 사용을 위해 항공기를 타고 이전 주소지로 다시 이동해야 한다. 제주도의 경우 4월 1일부터 5월 12일까지 3755명(1976세대)이 전입하고 3757명(1987세대)이 전출해 약 7500여명, 4000여 세대가 정부 지원금 사용을 위해 이전에 살던 주소지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의 신청과 접수 시에도 이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돼 주소지를 옮긴 가구가 이의 신청을 하려면 당시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를 찾기 위해 항공기를 타고 가야한다.
원 지사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현재 주민등록 주소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하면 해당 지역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신용·체크·선불카드 포인트 충전과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지급되는 정부 재난지원금의 지급방식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코로나 경제 위기가 3개월 여 지나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며 “공공과금이나 통신요금, 카드대금, 자녀 교육비 등 현금이 절박한 국민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현금이 요긴하다”고 강조했다.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의 경우 코로나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긴급 구호금임을 감안해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는 “지역상권 매출 확대 등 여러 가지 목표를 섞어 놓지 말고 국민 개개인의 긴급한 필요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무엇이 긴급한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각자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고,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일수록 현금 필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지역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쓰거나 이를 이용한 상품권 할인 재테크 영업이 등장하고, 상품권이 특정 상권이나 업종에 몰리고, 물가 교란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돈 쓰는 것까지 일일이 제한하려 하지 말고 국민을 믿고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