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어린이병원, 국내 최소 체중 대동맥축착 수술 성공 어떤 병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 전해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590g에 불과한 몸무게로 태어난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이하 초미숙아)가 심장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부모 품에 안긴다.
서울대어린이병원 김웅한 교수팀은 새끼손가락 크기만 한 가로·세로 3 cm의 아기 심장을 열고 5시간의 대수술 끝에 생명을 살렸다고 3일 밝혔다. 심장수술을 받은 아기 중 국내에서 체중이 가장 가벼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kg 미만으로 태어나는 초미숙아는 호흡기와 위장관 등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 임신 31주 만에 몸무게 590g, 키 30.5cm의 초미숙아로 태어난 ‘온’이는 선천성 심장병인 대동맥축착증까지 갖고 태어났다.
대동맥축착증은 대동맥이 좁아져 가슴 아래로 피가 잘 흐르지 못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온이는 대동맥이 좁아 약(PGE1)을 투여해 동맥관을 열어줘야만 혈액이 전신에 도달해 살 수 있는 위태로운 상태였다. 심장에도 부담이 돼 이뇨제·혈압약 등을 투여했다.
수술이 시급했으나 590g으로 태어나 바로 수술조차 할 수 없었다. 의료진의 우선 목표는 안전한 수술을 위해 아기의 체중이 1kg 이상 될 때까지 최대한 빨리 키우는 것.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온이의 장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태변이 장을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조영제 관장술을 시행했고, 다행히 온이가 잘 이겨내 건강하게 1kg이 넘어 수술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고비가 생겼다. 점점 대동맥 축착 부분이 좁아지고 고혈압이 지속됐다. 의료진은 아기의 체중이 1110g 되던 생후 46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급히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대동맥축착 수술은 체중이 1200g 이하인 극소 저체중 미숙아에게 시행하기에는 심장수술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수술로 알려져 있다. 심장을 멈추고 심방이나 심실을 밖으로 노출시킨 상태에서 피를 환자의 몸 밖으로 순환시키고, 산소 공급을 위해 인공심폐장치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온이는 동시에 동맥관개존증 결찰 수술도 받았다.
다행히 철저한 사전 수술계획과 유기적인 협진을 통해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흔한 합병증도 없었다. 현재 스스로 젖병을 빨고 체중도 2240g으로 늘 만큼 순조롭게 회복 중인 온이는 퇴원을 한다.
수술을 집도한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는 “1.1kg에 불과한 온이가 심장수술을 받고 합병증 하나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은 희망을 주는 일”이라며 “미숙아를 가진 부모님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어떤 병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 있다는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아중환자실장 김이경 교수는 “온이 부모님이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셨고, 우리 의료진도 최선을 다했다”며 “어린이병원 전문가가 있으니 의료적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음을 잊지 마시고 용기를 내기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