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기숙사 괴담
저희 학교는 경기도에 위치한 4년제 대학교입니다.
집은 서울이지만 학교는 경기도에 있어서 기숙사에 들어갔습니다.
대부분 서울에 사는 학생들이 많아 기숙사는 금방 채워졌습니다.
빈 방도 거의 없었고, 입구 쪽 방은 전부 찼습니다.
당시에는 나이도 많아 어떻게 적응하나 했습니다.
관리 계장님께 부탁드려서 방을 배정받았는데 1층 구석방이었습니다.
복도 끝인데다 창을 열면 몇 년째 농작을 하지 않는 마른 논이 보였습니다.
기분이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친한 룸메이트 두 명과 함께 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튿날 컴퓨터와 침구들을 가져와 본격적인 기숙사 생활에 들어갔습니다.
한 친구는 일주일 뒤에 온다고 하고 다른 친구는 친구 자취방에 간다고 해서, 혼자 짐정리하고 다음날 수업이 오후라서 늦게까지 컴퓨터를 했습니다.
새벽까지 컴퓨터를 하는데 시골이라 초봄인데도 추웠습니다.
2층 철재 침대였는데 2층에서 잠을 잤습니다.
눈을 붙이고 조금 지났을까…….
멀쩡하던 컴퓨터가 켜졌습니다.
이런 일이 있나? 다시 끄고 잠을 청했습니다.
잠시 후 찬바람이 불어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분명히 창을 닫은 기억이 났습니다.
오싹해졌지만 이 새벽에 기숙사에 아는 사람도 없고,
이런 이야기 해봤자 미친놈 소리 듣기에 불을 키고 다시 잠들었습니다.
한참을 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지진처럼 침대가 흔들려 화들짝 깼습니다.
침대는 멀쩡했습니다.
아마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해서 1층으로 내려와 잠을 잤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밤이었습니다.
돌아온 룸메이트와 이야기하다가 같이 잠을 잤습니다.
난 2층, 그 친구는 1층.
얼마 뒤 나와 그 친구의 컴퓨터가 동시에 켜졌습니다.
어리둥절해 하는 친구를 뒤로 하고 저는 아예 전원코드를 뽑아버렸습니다.
다시 잠이 들었는데 한참 시간이 지나니, 갑자기 어제처럼 침대가 흔들렸습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일어나도 멈추지 않기에 친구의 장난 같아서 밑을 봤습니다.
그 친구는 미동도 없이 잘 자고 있었습니다.
흔들림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너무 무서워진 나머지 저도 침대를 같이 흔들어 버렸습니다.
곧 잠잠해 졌습니다.
지치고 무섭고…….
뜬 눈으로 잠을 지새우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니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친구에게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지만, 많이 피곤했던지 제가 침대를 흔든 것도 모르고 잤다고 합니다.
몸이 허해졌나 싶어서 그 날 밤은 반대편 침대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전원코드를 뽑고 잤습니다.
잠시 후 또 다시 컴퓨터가 켜졌습니다.
콘센트를 빼놓았는데…….
무서워서 바로 불을 켰는데, 다시 보니 컴퓨터는 꺼져 있었습니다.
정말 몸이 허해졌나 싶었습니다.
내일부터 보약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누웠는데…….
인기척이 느껴져서 눈을 떴습니다.
어제 제가 잤던 반대편 침대에 어떤 아이가 책상 위에 올라가 침대를 잡고 마구 흔들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건 아이는 침대의 봉이나 모서리를 잡지 않고 어제 제가 머리를 두었던 곳에 손을 뻗고 흔들고 있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것 같습니다.
전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돌아누웠습니다.
아이가 제게 다가오는 건지 아닌지 밤새도록 떨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에 동이 틀 무렵에야 잠들었습니다.
옅은 잠을 자고 일어나자마자 친구를 깨웠지만 아침잠이 많은지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2층이 더 따뜻하다는 말로 설득해서 2층으로 올려보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아침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수업을 듣고 가니 친구가 사색이 된 얼굴로 저를 반겼습니다.
늦잠을 자고 있는데, 책상 위에서 침대를 흔드는 꼬마를 봤다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계장님께 말씀드렸으나 당연히 믿지 않으셨습니다.
사정을 해서 겨우 바꿀 수 있었고, 그 방에 들어간 다른 친구들 역시 저희와 같은 현상을 겪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그 방에선 여전히 어린 아이가 나타난다는 괴담이 있고, 신입생이 아닌 재학생들은 모두 꺼려합니다.
문열어
저는 올해 27살의 3년차 초보 주부이자,
1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예비엄마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어린 시절부터 유독 몸이 약했습니다.
오죽하면 태어날 때부터 저체중 미숙아에 기형까지 안고 태어나 오래 못살 것이라는 어르신들 말씀에 출생신고 또한 2년이나 뒤로 미뤄지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저는 정말 아주 어렸을 적부터 종종 심한 가위와 더불어 헛것도 자주 보고는 했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들려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제 몸의 허약함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제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존재하여 겪었던 일인지는 모를, 5~6살 때와 15살 때 겪었던 기묘한 경험담입니다
제 기억에 처음 이사라는 것을 해본 경험은 제가 5살 내지 6살때쯤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한 한옥식 다가구 주택으로 처음 이사하여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까지 입학을 하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마쳤었습니다.
그렇게 추억이 가득하고 생각해보면 즐겁고 포근했던 곳인데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사는 내내 10년 이상을 밤에는 하루도 편해본 날이 없었습니다.
처음 이사하던 날 첫날은 낯선 분위기 때문에 어린 마음에도 쉽사리 잠을 청할 수가 없었습니다. 워낙에 겁이 많고 잘 놀라던 제 체질 덕에 부끄럽지만 저는 꽤 자라서까지 부모님들과 한 방을 썼었습니다.
그 날도 저는 왼편 제 옆에 저희 어머님 그리고 아버지 이렇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도무지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희 집 구조를 잠깐 말씀 드리자면 여러 가구가 살다보니 대문이 있고 집집마다 개인용 출입문이 있으며 한옥집이다 보니 그 출입문들은 유리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방만해도 작은 출입문과 함께 작은 마루와 부엌이 있었고 출입문과 일직선으로 유리로 된 방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마음에 그 유리로 된 방문이 무서웠는가 봅니다. 밤새 창밖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컴컴한 어둠 외에는 없었으니까요. 첫날에는 두려움이 더해 주무시고 계신 부모님들 옆에서 밤새 떨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문득 어두운 부엌 쪽에서 인기척과 함께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목소리는 저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굉장히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아가야 잠깐만 나와봐.
언니가 선물줄께.
아가야 잠깐만 이리 나와봐.
아가야. 아가야."
한참을 그렇게 저를 불렀습니다.
그 목소리는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낭랑했으며 그 낭랑함이 외려 더 두려움을 불러오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밤새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떨며 잠을 설치다 날이 밝자 잠에서 깨신 부모님들께 간밤의 일을 말씀 드리니 그냥 웃어넘기셨습니다. 이사 첫날이라 잠자리가 낯설어 그런것이였을거라고…….
헌데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사한 날부터 매일 밤마다 지독한 악몽에 가위에 환청에…….
정말 단 하루도 편히 잠들어 본 날이 없었으며 심지어는 날이 훤히 밝은 대낮에도 혼자서 잠만 잘라치면 어김없이 가위에 눌렸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시간을 잘 넘겨 중학교에 입학하고 어느덧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3학년에 올라감과 거의 동시에 어머님께서 자궁암 말기 판단을 받으셔서 당시 이삿짐센터를 운영하시던 아버님께서 집을 비우실라 치면 제가 어머니 간호를 해야 했기에 학교에도 거의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 날도 저녁 내내 진통으로 고생하신 어머님 덕분에 마음이 싱숭생숭해 한참을 잠자리에서 설치다 겨우 잠들었습니다.
잠결에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가 너무도 시끄러워 잠에서 깨어보니 한두 마리가 아닌 정말 저희 동네에 있는 개는 몽땅 다 짖는 것처럼 그 개 짖는 소리가 상당히 요란하고 시끄러웠습니다.
그날따라 왜 그렇게 청각은 예민하던지 저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철길에서 울리는 기차 경적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 소리들과 느낌이 하도 기묘하고 이상해 저 또한 잠을 깨고 바깥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네에 낮선 사람이 든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어 더더욱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저희 집에서 키우던 커다란 진도 한 마리가 출입 문 쪽을 향해 낮게 계속 으르렁 거렸습니다. 이윽고 이내 무언가 홀린 것처럼 쏜살같이 출입문 쪽을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 미친 듯이 저희 집 출입문을 두들겼습니다.
출입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처음에는 인근에 사시던 고모님께서 또 고모부님과 싸우고 저희 집을 오신에게 아닌가 싶어 문을 열어 드리려는 찰나, 생각해보니 지금 현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어 가고 있었고 그렇게 급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전화를 먼저 하셨겠지 하는 생각에 다시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런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이, 문 밖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목소리는 어렸을 적 한번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얘야, 어서 문 열어…….
빨리 나와야 돼…….
이번이 아니면 영영 다시는 기회 없단다.
오늘은 꼭 널 데리고 가야돼.
얼른 우리와 함께 가자……."
등에 식은땀이 쭉 흘렀습니다.
나가볼 생각은커녕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떨고 있을 무렵 저희 아버지께서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티비를 켜시면서 오늘따라 동네 개들이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한마디 하십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심과 동시에 시끄럽게 짖던 개들의 소리는 점점 잠잠해지고 밖에서 절 부르던 소리와 문 두들기던 소리 또한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다만 저희 집 개만 출입문을 향해 여전히 낮게 으르렁 거리고 있었을 뿐…….
그리고 다시 아버지께서 주무시러 가자,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개 짖는 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다시 저를 부르는 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얘야, 어서 문 열어…….
빨리 나와야 돼…….
이번이 아니면 영영 다시는 기회 없단다.
오늘은 꼭 널 데리고 가야돼.
지금 집에 있는 거 알아.
숨어봤자 소용없어……"
결국 동이 트고 날이 밝아 부모님들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기 전까지 전 자리에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간밤의 소동을 아버지께 물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지 개들이 시끄럽게 짖는 소리는 들었으나,
다른 소리는 못 들었다 하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셨던 것도 잠결에 하도 저희 집 개가 소란한 것 같아 혹시 도둑이라도 든 건 아닐까 하시는 생각에 눈을 뜨셨던 것이라 하시며 다른 무언가가 있었냐. 외려 되물으셨습니다.
그 후에도 더 섬뜩하고 기묘한 일은 있었지만 이것은 적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그 곳에서 10년이 넘는 세월을 사는 동안 집터가 안 좋아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운명이고 팔 자셨는지는 모르겠다만 저희 어머니께서 또한 자궁암으로 오래 앓으시다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저 또한 지독한 불면증과 자주 크고 작은 병치례를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저는 서대문 충정로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 후에는 그렇게 자주 눌리던 가위와 악몽도 거의 꾼 적이 없으며 혼자서는 낮에도 절대 잠을 못 자던 것이 사라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즐겁고 행복하고 웃음 가득했던 유년시절이었는데, 유독 밤의 기억만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아직도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