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간다 날 받다가 이십 년 만에 고향엘 갔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 처음 길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많이도 변했다. 마을의 수호신 큰 정자나무도 이제 없다. 마을에 사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땅이 개인 소유라 주인이 베어내고 집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쉬운 듯 괜한 정자나무를 베어내고 집을 짓더니 주인이 3년 만에 죽었단다 사람들은 정자나무 귀신 때문에 죽었다고 한다. 사람이 죽고 사는 건 제 운명 팔잔데 무슨 귀신이 주인을 죽게 했을까? 아마도 정자나무 아쉬움 때문일 거다. 마을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정자나무 덕을 많이들 봤었는데… 어릴 적 친구 집엘 찾았더니 문이 잠겨 있다. 문패에는 "박창식" "문이지" 부부 이름의 문패는 붙어 있다. ‘아직도 이 집에서 살고 있구나.’ 주인을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논에 일하러 갔나?’ 이 더운 여름날에… 발길을 돌리려다가 부근 이웃집에 사는 아주머니를 만나 박창식씨 안부를 물었더니 아주머니 정색을 하면서 박창식씨는 3년전에 아주머니는 올봄에 돌아가셨단다. 그리고 아들딸 모두 서울에 살고 있단다 박창식씨 집은 아무도 살 사람이 없어 빈집으로 남았단다. 마을에 빈집이 열 채도 넘는다고 아주머니는 말한다. “누가 촌으로 들어와 살려는 사람이 있어야지요. 사람들이 죽으면 그냥 빈집이 돼요.” 마음이 참 착잡해진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천년만년을 살 줄로 아는데 세월 가고 때 되면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가 되고 지옥불에 타죽는다는 그 말이 정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그래 누가 천년만년 산다든가 한 백 년도 못사는 인생인데 생각을 해보면 세상 살면서 욕심 내는 거 다 부질없는 짓인데 사람 욕심은 끝이 없어 3천억 부자가 1조가 욕심 나서 로비라던가 그런 거 하다가 원한 쌓고 맞아 죽는데… 마지막엔 이렇게 빈집 주인도 못되고 한 줌의 재가 되는데… 뒤돌아 가는 발길이 무겁다 어릴 적 그 친구가 반갑다고 더 놀다 가라 부르는 것 같다. ‘그래그래 다음에 또 올게.’ 나 다시 오지 못할 것인데… <詩庭 박 태훈의 해학이있는 아침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