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손창기 기우뚱하고 얼룩진 그분의 등은 따뜻하다 햇살로 등멱을 한 그 곳에 기대어 마지막 밭농사, 들깨가 말라가고 있다 거칠거칠한 줄기에 긁혀도 다 받아들이는 그분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면 들깨 향내가 묻어온다 겉은 미끈하지만 속은 움푹 패인 그분은 외양간 소도 한 식구로 여기는 마음을 가져 비벼댈 때마다 근질근질한 시름들 털어내기도 한다 녹이 앉은 대문을 어깨에 매달고도 겨드랑이에 붉은 땀으로 감추고 다독여 주곤 하는 것이다 그분은 제 몸이 쩍쩍 갈라져도 말라가는 줄기 속으로, 호박들 잘 익어가라고 햇살들 뿜어 올리면서 상처를 돌보지 않는다 벌거벗은 그분의 등줄기에다 등 대면 구들장을 지지는 것처럼 뜨끈뜨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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