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은 소리를 만든다
변종태
삐끔 열린 창 틈에서
잠긴 듯 뚫린 퉁소의 구멍에서,
구멍은 클수록 저음으로 운다.
작은 구멍은 고음을 낸다.
사랑은 고음, 일상보다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낸다.
구멍 탓이다.
그대와 나의 헐거워진 구멍,
긴장 풀린 저음이 난다.
구멍을 스치는 바람이 소리를 만든다.
그 뒤로 하얀 물보라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