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布施 박남주 언제부터인가 물푸레나무 몸통에 구멍이 하나 뻥 뚫렸다 깊은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도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저러다가 행여 병들어 쓰러지면 어쩌나 그대로 말라 죽으면 어쩌나 위기에서 구해줄 방도를 찾느라 노심초사하는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든 몸뚱이나마 한편으로는 새의 둥지로 다른 한편으로는 동네 꼬마들의 놀이터로 집 잃은 강아지의 편안한 쉼터로 기꺼이 내어준 물푸레나무 기분 좋아라 무성한 잎사귀 바람에 흔들어대고 있다 제 몸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붉은 빛깔들을 몸 밖 눈부시게 타오르고 있다 물푸레나누는 그렇게 제 한 몸 온전히 불태우고 있었다 *보시라는 말은 가난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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