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는 기차汽車 서정주 열두 살에 병이 나서 군산 서양 사람 병원으로 뢰트겐 사진을 찍으러 갈 때 나는 점잖게 모시베 다듬이 한 두루마기를 바쳐 입고 아버지하고 같이 기차를 탔는데, 내가 본 우리 마을 어떤 소녀보담도 더 토실토실 살이 찌고 훨씬 더 깨끗하게 씻은 전신(全身) 간지럼 먹은 웃음 소리 같은 도시 소녀들의 일단 속에 그만 휩싸여서 오갈이 팍 들어 낯 붉어져 앉아 있었지. 내것보단 훨씬 더 깨끗하게 드러난 그 애들 손톱 속의 반달을 구름 없는 하늘에서처럼 눈박아 엿보고만 있었지. 트락탁탁, 트락탁탁, 트락탁탁, 트락탁...... 기차 바퀴 소리의 멜로디 속에 참 그것 신기하게는 어여뻤었지. 그래 나는 지금도 그렇게만 기차를 타러 간다. 나를 오갈 들어 낯 붉으려 하게 하는 내것보다 훨씬 더 깨끗한 낯선 소녀의 손톱 속의 반달을 보기 위해 그걸 제일 목적으로 기차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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